옛날 한 고을에 ≪현명≫한 원님이 있었다.
하루는 한 농군이 원님을 찾아와 올따라 모진 충재와 박재와 한재와 수재를 겸해 당했으니 상납곡을 면제해 달라는 소청을 올렸다.
이에, 원님이 물었다.
≪그래, 무엇을 심었드뇨?≫
≪예, 보리·기장·조·강냉이·벼를 심었댔나이다.≫
≪그래, 보리는 몇 할이나 거두었는고?≫
≪겨우 두 할을 거두었는고?≫
≪기장은 몇 할이나 거두었는고?≫
≪역시 두 할밖에 목 거두었나이다.≫
≪강냉이는 몇 할을 거두었는고?≫
≪역시 두 할밖에 못 거두었나이다.≫
≪그럼, 벼는 얼마를 거두었는고?≫
≪역시 두 할도 되나마나 하나이다.≫
그러자, 원님은 탁상을 탕 치며 눈을 뚝 부릅떴다.
≪에익, 미련하기는 곰이다! 모두 모두 합치면 꼭 영 할이라 한푼 곯음 없이 제대로 거두었는데도 감면은 무슨 놈의 감면이란 말이냐? 관아를 희롱하는 이놈에게 각금 볼기 열 찰을 호되게 쳐서 물리치라!≫
그러자 농군은 큰 소리로 말했다.
≪허허, 참. 내 백 여든 한 살을 먹도록 이런 미련한 샘법은 처음 보나이다.≫
그 말에 원님은 더욱 노기충천하여 고래고래 소리쳤다.
≪엑끼 고약한 놈! 보아하니 60도 되나 마나한 놈이 이제 일백 여든 한 살이라? 여봐라. 저 고약한 놈을 당장 쳐 죽여라!≫
그러자, 농군은 역졸을 물리치며 떳떳이 말했다.
≪현명한 원님은 들어보시오. 소인의 여편네 나이 50에 소인의 아들 30과 소인의 며느리 28에 소인의 두 손자녀석의 나이 18과 거기에다 소인의 진짜 나이 55를 합치면 181, 원님의 셈법으로 한다면 그래 소인 나이 181세가 아니오니까?≫
그 말에 원님은 더 할 말을 찾지 못해 거위새끼마냥 그저 꺽꺽꺽.
이로부터 ≪미련하기는 곰≫이라는 속담이 널리 성행하게 되었다 한다.
(延邊, 李龍得)
옛날 한 고을에 ≪현명≫한 원님이 있었다.
하루는 한 농군이 원님을 찾아와 올따라 모진 충재와 박재와 한재와 수재를 겸해 당했으니 상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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