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는 문화의 뿌리다. 해외동포들의 가족사도 역사를 더해 5, 6세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세월이 갈수록 "뿌리"는 가늘어지게 마련이다. 재외동포재단에서는 해외에서 우리말, 우리문화를 가르치는 재외동포 교육자를 초청, 연수(7∼15일)를 갖고 있다.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한민족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교포3세 리 나탈리아(이정희.48)도 우리말, 우리문화의 뿌리를 키우는 한민족의 핏줄을 가진 재외동포 교육자 중의 한명이다.
"러시아의 한민족은 벌써 5세, 6세까지 이어질 정도로 이주 역사가 깊습니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겉모습만 한인이지, 언어나 사고방식은 러시아인과 다름없습니다. 이들에게 한국문화를 전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글을 가르쳐야 합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보통공립학교에서 러시아어와 러시아문화를 가르치는 교사인 그는 자원해서 한글학교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1997년 8월 문을 연 이 학교는 말이 학교이지, 실제로는 작은 아파트에서 학생 70여명을 가르치고 있는 형편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는 한인들이 4,000명 정도 거주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제대로 된 한글학교가 1곳도 없습니다. 최근에야 한인들을 중심으로 우리말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보통공립학교에서 주 2회 한국어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거리가 멀어 보내는 이들이 많지 않다고 한다. 그는 한글교육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교재와 커리큘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평일에는 주로 저녁시간에 가르치고 주말에는 하루종일 강의가 진행된다고 한다. 한민족한글학교의 학생들은 주로 대학생들이다. 가장 어린 학생은 5살이다.
"우리말뿐 아니라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말을 배우러 온 학생들에게 너희들은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는 독립운동가 이동휘 선생의 손녀를 초청, 학생들에게 한민족 의식을 심어주기도 했다. 러시아어를 잘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학생들도 이제는 한국인의 핏줄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학생들은 한글학교에서 우리말뿐 아니라 민요를 배우기도 한다. 장구가 없어 아쉽지만 기타를 엎어놓고 두드리며 진도아리랑을 부르기도 한다.
교장이라기보다는 학생들과 함께 학교를 꾸려나가고 있다고 강조하는 그는 한민족한글학교를 문화센터로 만드는 것이 꿈이다. 우리말뿐 아니라 우리문화까지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