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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인물
[이사람의 책읽기]형지영 광주 문화중 교사

책 읽을 때 볼펜을 손에 쥐는 건 형지영 선생님(34)의 오래된 습관이다. 밑줄 긋는 건 예사고, 책 귀퉁이 여기저기에 자기 생각을 채워 놓곤 한다. 그 탓에 그의 손을 거쳤다 하면 너덜너덜, 헌책이 되기 일쑤다. 완독한 뒤에는 책 뒷장에다 짤막한 서평을 곁들일 때도 적잖다. “중1때부터 쓴 ‘독서노트’가 10권을 넘어섰다”는 부분에서는 슬쩍 기가 질린다.

“순간의 감동을 붙잡아두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책을 좀 비판적인 시각에서 보자는 의도도 있어요. 그리고 책에 메모를 해두면 이 다음에 내용을 더 잘 기억할 수 있잖아요.” 고교시절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빌려준 친구에게 독후감을 빼곡히 적어 책과 함께 되돌려줬을 만큼 그의 ‘읽기’는 으레 ‘쓰기’를 수반한다.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형교사는 최근 독서 새물결운동 추진위원회로부터 대통령상을 받았다. 혼자 읽는 데 만족하지 않고 독서를 전파한 공을 인정받았다. 재작년부터 학교 도서관 사서직을 부업으로 떠맡았는데, 어느새 본업처럼 돼 버렸다. 이 일에 얼마나 오지게 매달리는지는, 그가 아이디어를 낸 갖가지 독서 이벤트만 봐도 감이 온다.

“학생들이 책을 대출할 때마다 쿠폰을 하나씩 준 뒤 1~2주마다 ‘행운권’을 추첨해 선물을 줍니다. 도서관 게시판에 내걸린 책의 일부 내용을 보고 ‘책 제목 알아맞히기’ ‘독서퀴즈’ 응모하기, 또 연말에는 피자나 통닭 교환권을 추첨하는 ‘문화책사랑 선물대잔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두 ‘컴퓨터 게임이나 교과서에만 빠진 아이들을 책의 세계로 유혹하기 위해’ 착안한 것들이다. 그는 학생들이 책을 통해 공부를 즐길 수 있도록 국어·영어·수학·과학 교사 6명으로 구성한 ‘참독서연구회’도 꾸려가고 있다. 교사들이 자기 교과와 관련한 책을 읽고 이를 요약·정리해 학생들에게 나눠주곤 한다.

“이를테면 수학은 ‘수학의 유혹’(문학동네)이란 책 내용을 발췌해 원리를 쉽게 전달하는 식이죠. 과학의 경우, 클레오파트라가 시저를 만나고 오면서 식초에 진주목걸이를 담가 들이켰는데 그런 용해 과정이 석회암 동굴 생성 원리와 같다고 설명하니까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형교사는 “서정주 시인은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라고 했는데, 내게는 바람 대신 독서가 그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03/12/12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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