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한글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를 탄 일본인 구제 야스오(61)씨. 서울대 언어교육원 한국어 과정에 수학중인 그는 최근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 갈등이 의아하기만 하다. “일본인 대부분은 독도가 어디에 있는 지조차 알지 못하는데 일본정부가 일본 땅이라고 나서서 싸우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며칠전 국내에서 발매된 독도우표 200만장이 단 3시간만에 다 팔린 것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털어놨다. 한국인들의 독도에 대한 사랑과 긍지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구제씨는 한국인들이 독도를 사랑하고 지키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독도는 한국의 것으로 남을 것이라고 믿는다.
독도 문제를 우리 시각에서 이해할 만큼 친한파인 구제씨가 한국에 온 건 사실 10개월에 불과하다. 36년간 일하던 일본 굴지의 노무라증권에서 2002년 퇴직한 그는 9개월 동안 뚜렷한 목적없이 생활하다 지난해 3월 “이렇게 지낼 바에야 좋아하는 나라,한국에 가서 한글이나 제대로 배우자”고 마음 먹었다. 한국에 오자마자 서울대 언어교육원에 등록했고 열심히 한국어를 익혔다. 1년이 다 돼가는 지금 그는 생활회화가 가능할 정도로 실력을 길렀고 수강생중 가장 열성적인 학생으로 통한다.
한국에 대한 그의 관심은 스무살을 갓 넘기고 역사에 대해 눈뜰 무렵 고향 교토 여기저기 산재한 사원이 한국 문화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작됐다. 그후 그는 오사카의 재일교포 사회 소식에 귀 기울이며 한국 관련 서적을 사모았고 김치 등 한국 음식에도 맛을 들였다. 한국어능력 4급 검정을 받은 뒤 일본 오사카박물관에서 한국인에게 일본 문화를 소개하고 싶다는 그는 앞으로 펼쳐질 제2의 인생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