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인 허웅 선생은 육친보다 더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일제 당시에 생명을 걸고 우리말을 지킨 선대 한글학자들의 유지와 전임 회장단의 뜻을 이어받아 순수한 학회로서의 위상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지난 13일 주시경-최현배-허웅 선생에 이어 제4세대 한글 지킴이의 역할을 맡게 된 김계곤 경인교대 명예교수(79·사진). 그는 지난 1월 타계한 고(故) 허웅 전 회장의 뒤를 이어 한글학회 이사장 겸 회장직을 맡은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오는 2008년이면 한글학회가 창립 100주년을 맞습니다. 한글날의 국경일 회복,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정보화시대에 걸맞게 한글의 전산화 작업 등 임기중에 치러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김회장은 구체적인 학회 일정과 사업계획은 22일 이사회에서 잡아갈 예정”이라며 “지구상에 3,000여종의 언어와 300여종의 글자가 있지만 말과 글을 아울러 쓰고 있는 나라 수는 20여개 안팎이고 더욱이 기념일을 가진 글자는 한글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1926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난 김회장은 부산사범학교 졸업 직후인 48년 부산중앙초등 교사로 첫발을 내디딘 후 초등 1년, 중학 2년, 고교 14년, 대학 25년 등 전 교육기관에서 42년간 교육자의 길을 걸었다. 지난 94년 제16회 외솔상 ‘실천부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회장은 우리말 조어법에 관한 논문 26편을 발표, 조어법 연구에 매진하기도 했다. 또 기전문화연구소장을 맡으면서 표준말의 변방에 밀려있던 경기도 방언연구로 22편의 논문을 내 이 부문 계통수립에 큰 업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