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타계한 아동 문학가 이오덕씨의 미발표 원고를 묶은 유고집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이오덕 선생이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말씀’(도서출판 길)이 출간됐다.
지난해 한·일 월드컵의 응원 열기를 지켜본 뒤 감흥을 1200장 분량의 글로 옮기면서 어린이 교육과 한글,우리 문화 등에 걸친 원로의 마지막 조언을 담았다.
이씨는 수백 만명 인파가 몰려든 월드컵 응원 열기를 “억눌렸던 정신의 표현”으로 파악하고 “우리 역사에 꼬이고 비틀리고 닫히고 꽉 막혔던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어째서 이번에 이런 모양으로 터져나올 수밖에 없었는가”라고 묻고 있다. 그는 이어 “붉은 악마의 혁명은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라고 선언한 뒤 “이 혁명의 열매가 제대로 맺으려면 그 폭발성이 단지 축구 경기 응원에서만 자발성과 창의성으로 나타날 뿐 아니라 우리 온 겨레가 일상의 나날에서 정말 사람답게 살아가는데서 이런 힘이 터져나와야 할 것이다”고 말한다.
이씨는 또 “시골 차에 농사꾼 옷을 입고 있다”는 이유로 주차장에서 쫓겨난 장남의 이야기를 전하며 우리 민족의 정신이 억눌린 이유를 계층 구조에서 찾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완고한 상하 계층의 사회는 민주고 자유고 평등이고 또 무슨 주의고 제도고 다 집어삼키고 녹여 없앤다는 것이다.
“대학 교수는 주문하기 전에 반드시 신분을 밝힌다”는 음식점 주인인 며느리의 말,손가락 하나 꼼짝 안하는 면서기 이야기 등을 통해 손발을 움직여 일하는 사람은 어디서고 천덕꾸러기가 되고 책이나 읽고 글이나 파는 사람은 존귀한 사람으로 대접받는 왜곡된 사회구조를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