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른 이 175184172 명
  깁고 더함 2007/12/28
   
 
 
 
  인물
사투리 지역뉴스 ‘리장닷컴’운영 이대흠 시인

“매화차에도 취하고 연꽃차에도 취하제. 한번은 연잎차를 마시다가 짠뜩 취항께, 해일 스님한테 전화해부렀네. 혼자 맬갑시 팩팩 웃음시롱. 전화 해갖꼬, 스님 좋소, 그랬듬마는 철룡부락 쪽으로 그새 가부렀오? 그라듬마. 철룡부락에 가먼 백련 방죽이 있어~”(전남 강진군 백련사에 있는 보덕행 보살의 말)

인터넷사이트 ‘리장닷컴’(www.rijang.com)은 잊혀져 가는 우리말의 풍부함을 함께 모으고 나누자는 뜻에서 만든 사이트다. 이곳엔 흙냄새 나고 묵은 장 맛이 느껴지는 날것의 언어가 지천이다. 오지 촌부의 인터뷰가 배꼽을 잡게 하고 현지 ‘리장’이 사투리로 전한 지역소식 중에는 암호문 같은 것도 있다.

전라도 광주에 살고 있는 시인 이대흠씨(36·사진 왼쪽)가 2001년 7월 사이트를 개설해 줄곧 혼자서 운영하고 있다. ‘리장’ 격인 고정 필진은 30여명. 지역 출판물에 글을 쓰고 있는 사람들을 직접 섭외했다. 처음엔 경기·충청·경상·강원·제주 등 전국 여러 지방의 리장들이 활동했지만 요즘은 전라도 지역이 활발한 편이다. 하루 방문자는 4,000명 정도. 걸쭉한 고향 사투리를 되새기고 싶은 도시인이나 학생이 많다. 게시판에는 사투리에 대한 질문이 오고 간다. ‘사투리사전’ 코너에는 다양하고 재미난 사투리가 지역별로 분류되어 있다.

“학자들이 방언을 연구하고는 있지만 현지 마을 사람들이 실생활에 쓰고 있는 방언을 문자로 옮기면 훨씬 더 생생하고 풍부할 겁니다. 문학작품에 옮겨진 방언은 제한적이죠. 표준어로 표현되는 것에도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언어가 풍성해지면 사회도 풍요로워진다고 생각해요.”

진작에 사이트를 만들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시작할 때 디지털카메라 15대를 구입해 주요 필자에게 나눠주는 등 거금 2천여만원이 들었다. 1년 서버 운영비만도 2백만원으로 부담이 적지 않다. 리장들이 원고료를 받지 않고 글과 사진을 보내줘 그나마 부담을 덜 수 있다.

이씨는 지난 94년 ‘창작과비평’에 ‘제암산을 본다’ 등 6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를 펴냈다. 전업작가로 살았지만 ‘리장닷컴’을 운영하면서 지난해 6월 입체지도 제작 일을 거들기 시작했다. 입체지도 제작사 ‘오엔리’가 만드는 ‘오스맵’ 중 충남 예산군·전남 장흥군·전남 순천시 편을 제작했다.

리장닷컴은 지역 스타들도 많이 배출했다. ‘우리마을 사람들’ 코너의 필자들 중에는 책을 내거나 TV 방송 주인공으로 나온 이들도 있다. ‘리장 농부님’(서재환씨)은 4대가 한 집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담은 ‘오지게 사는 촌놈’(전라도닷컴)을 내놓았다. ‘리장 김도수’는 ‘섬진강 푸른물에 징검다리’(전라도닷컴)를, ‘리장 박성우’는 여행산문집 ‘남자 여행길에 바람나다’(중앙M&B)를 출판했다.

살아 있는 방언 사전을 만드는 게 이씨의 꿈이다. ‘방언사전’이 나온 적 있지만 일부 학자를 위한 것이었고 이미 절판됐다. 더 많은 사람이 친근하게 참고할 수 있는 전국 방언 사전을 내고 싶다.

전라도 지역 방언은 비교적 문학작품으로 많이 소개됐다. 다른 지역 방언은 접하기가 쉽지 않다.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사투리라고 부르는 것도 행정구역상 나뉜 것이지 실제 말 쓰임새는 강과 산을 경계로 다르다. 마을별로도 제각각 다른 말이 많다. 리장닷컴에 차곡차곡 쌓인 글은 인터넷을 통한 지역 방언 비교연구의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싸목싸목’을 표준어로 옮기면 ‘천천히 간다’로밖에 옮길 수 없죠. 그런데 ‘쉬지 않고 천천히 끝까지 간다’는 뜻이 담겨 있거든요. 속뜻이 더 깊죠. 조바심내지 않고 10년쯤 길게 보고 있습니다. 좋은 우리말을 발굴해 많은 사람이 계속해서 쓸 수 있으면 합니다. 아예 표준어가 되는 사투리도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말은 단순히 의사소통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역사와 문화와 그 시대를 거친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는 ‘가슴’ 같은 것이다. 리장닷컴에는 그 ‘짠한’ 가슴들이 들어 있다.

▲“허리가 빠질락하고 두 물팍도 다 아프요”

리장닷컴 필진 가운데 ‘노랑머리 훈장’이 있다. 전남 장흥군 장흥읍 건산리 장흥한의원 박계윤 원장(35)이다.

박원장의 진료기록부는 일곱 살 먹은 꼬마도 읽을 수 있다. 영어나 한자를 찾아볼 수 없다. 아픈 이와 얘기하며 모두 한글로만 적어놨다.

‘허리가 통증은 안온디 걸어가믄 허리가 쑥 빠질락하고 두 물팍도 다 아프요….’ 지역 환자가 대부분이니 진료기록부는 걸쭉한 사투리 일색이다.

한의원은 2001년 5월 문 열었다. ‘사랑방’ ‘뒷간’ ‘침뜸실’ 등 방마다 간판이 한글로 적혀 있다. 200여 개 약장서랍 이름도 물론 한글로 돼 있다.

“의사들은 아픈 이가 ‘무릎이 쑤시고 절리다’고 말해도 ‘슬통’이라고 적고 말거든요. 그런데 아픈 이들은 ‘쑤시다’ ‘절리다’ ‘애리다’ ‘시큰거리다’ ‘땅기다’ ‘자근거리다’ ‘쩔쩔쩔하다’ 등 아픈 걸 달리 얘기하죠. ‘슬통’이라고 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가 담기는 게 우리말입니다.”

리장닷컴에 연재한 노자의 ‘도덕경’ 풀이 역시 친근하다. 원문과 함께 편안한 사투리로 해설을 담았다.

제4장:나도 몰것소…

‘도는 어디다가 담어가꼬 댕김스로 써묵는 게 아니어.
얼마나 깊어분가 온시상이 다 들어 있고
얼마나 맑어분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랑께.
암만 그래도 그것도 어디서 나왔응께 있을 거 아니냐고,
하눌님보다 머냐있는 것이냐고?
나도 몰것소.’

道沖而用之或不盈
淵兮!似萬物之宗
湛兮!似或存
吾不知 其誰之子 象帝之先

2004/10/04 경향신문



   
 
번호 예제 날짜 출처
162 타계한 김춘수 시인 시세계 2004/11/29 한겨레
161 춘천교대 리의도 교수 2004/11/08 강원일보
160 세종대왕 ‘세계 과학 통치자 2004/10/10 경향신문
159 경원대 국문학과 이광정 교수 2004/10/10 동아일보
158 사투리는 표준어 들러리 아닌 민족문화 2004/10/08 매일신문
157 25년 우리말 연구해 낸 책 2004/10/07 파이낸셜뉴스
156 `제 이름은 김온누리빛모아사름한가하` 2004/10/06 서울신문
155 사투리 지역뉴스 ‘리장닷컴’운영 이대흠 시인 2004/10/04 경향신문
154 10월 문화인물 `최항선생 한글사랑 백일장` 2004/09/29 뉴시스
153 열린 국어정책’ 국립국어연구원 남기심 원장 2004/08/24 동아일보

   
   
 

 


이 누리집은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를 판매한 자금으로 부산대학교 정보컴퓨터공학부
인공지능연구실에서 깁고 더하고 있습니다.
우리말배움터(051-516-9268)에 고칠 곳이 있거나 건의할 것이 있으신 분은 연락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