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캠퍼스 안, 국제교육원. 흰 거북선처럼 생긴 건물에는 언어 교육을 받기 위해 수준 측정을 하러온 학생들로 북적였다. 2층의 한 강의실. 외국인과 한국인이 마주앉아 언어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어? 그런데 영어가 아니라 한국말? 푸른 눈의 외국여성 둘이 한참 한국말로 더듬더듬하더니 인사를 하고 나가며 ‘시험을 못 봤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 연간 1천5백 명만 수강 -
“한국어를 배우러 오는 외국인이 연간 1,500명입니다. 영어, 일어, 중국어 등 다른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오는 한국 학생들이 연간 2,400명밖에 안되니 상당히 많은 숫자죠?” 김중섭 경희대 국제교육원 원장(47)은 1993년 자신이 영국인 2명을 앞에 놓고 한국어 교육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만큼 커질 줄은 몰랐다고 한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2년전 최연소이자 한국어 교육자로는 처음으로 원장자리에 올랐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이 국제교육원 원장이 되는 일이 참 드물죠. 그만큼 한국어가 세계적 언어가 된 거지요. 요즘은 다른 나라에서 초청강연 요청을 많이 받아요.”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들은 88올림픽 이후 조금씩 늘기 시작해 2002년 월드컵 뒤 눈에 띄게 늘어났다. 동남아와 중국, 일본에 불어닥친 한류열풍으로 최근 2~3년새 한국어 교육을 받으러 오는 외국인들도 많다. 중국인이 가장 많고 일본·러시아·유럽 등지에서 많이 온다고 한다. 중국에서 자비유학으로 오는 학생을 비롯, 한국어능력시험(KPC)을 보러 오는 외국인들이 지난해 전세계 15개국에서 모두 1만7천5백31명으로 7년새 8배가 늘었다.
하지만 이런 성과를 모두 한류열풍이나 한국어의 위상변화만으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김원장의 독특한 노하우가 교육원의 급성장을 이뤄냈던 게 분명하다.
“다른 교육기관과 경쟁하려 ‘한국어 도우미제도’를 만들었어요. 우리 대학생과 외국인 유학생을 한 조로 만들어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도록 한 거죠. 또 올해로 7번째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도 열고 있습니다. 정부가 공개경쟁을 통해 외국인 상대 한국어 교육기관을 선정할 땐 며칠 밤을 새워 완벽한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듭니다.”
- ‘도우미 제도’등 프로그램 특화 -
그 덕분에 정부에서 위탁하는 한국어 교육의 70% 이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택에서 미군 상대 한국어 교육도 6개월전부터 시작했다. “외국어 교육도 특화해야돼요. 특히 3년전부터 베이징대와 하고 있는 ‘한·중 미래 양성 지도자 과정’은 우리 교육원이 내세울 또하나의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이 코스를 3학기 들으면 랭귀지코스 없이 바로 베이징대에 입학할 수 있습니다. 베이징대에 연간 한국인 유학생 허용숫자가 120명인데, 우리학교에서 60명이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