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정에서나 어린이들은 꽃이고 보물이죠. 교민사회에서도 아이들은 ‘꽃’이고, ‘화합’의 구심점입니다.”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김태인씨(47)는 우리어린이들이 3만 교포사회의 희망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최근 한국의 초등학교 교육실정을 둘러보러 서울에 온 그는 600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섬유회사 사장님이지만 ‘한글학교 교감선생님’이란 명칭을 그 무엇보다 값지게 여긴다.
“주위의 권유로 마지못해 교감이 됐는데, 아이들과 지내다 보니 이 일이 천직처럼 느껴집니다.”
사실 2년 전 ‘한글학교’가 김태인 교감선생님을 영입할 때만 해도 모두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 교포사회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을 ‘얼굴 마담’으로 세운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러나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허투로 하는 법이 없는 ‘교감선생님’은 틈나는 대로 학생 모집에 극성을 부렸다. 20명 남짓하던 학생 수가 80명으로 늘어났다. 수업 내용도 ‘한글’ 공부뿐 아니라 예절, 역사, 전통문화, 예·체능활동 등 다양하게 꾸몄다.
“외로우니까 쉽게 친해질 것 같지만 교민사회는 의외로 폐쇄적이고,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습니다. 교민사회 내에서 빈발하는 사기사건 때문에 한국사람끼리도 서로에 대해 경계와 의심의 눈초리를 갖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대도시가 아니면 한국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도 쉽게 다가가지 않게 된다고 했다.
김교감은 한글학교를 교포사회의 구심점으로 생각하고 어린이보다 부모들 포섭(?)에 나섰다.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서로의 생각과 고민을 나누게 마련. 김교감은 아이들을 모집하면서 아이들의 배경인 부모를 제일 먼저 마음에 두었다. 부모들의 허심탄회한 교류를 통해 한글학교가 버석버석한 교민사회를 촉촉하게 연결해 줄 거라고 믿었다.
한글학교에선 17명의 선생님 모두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다. 토요일 아침 열리는 교무회의는 더 잘 가르치지 못해 안달인 선생님들의 열정으로 뜨겁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유명인사가 방문하면 ‘한글학교’ 특강을 꼭 요청하죠.” 어린이들에게는 꿈을, 어른들에게는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해주려는 배려다. 대부분의 인사들은 김교감의 뜻을 알기에 그의 청을 흔쾌히 들어준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동남아 이민을 쉽게 생각하는데, 어디서든 돈벌기는 어렵다”며 “혹시 동남아 이민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주위의 말만 듣지 말고 현지에 와서 직접 체험하고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12년차 이민자로서의 충고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