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 하지만 동양화가 이용관은 ‘기역 자’를 낫이 아니라 사람이 몸을 앞으로 구부린 모습으로 보았다. ‘ㅣ’는 사람이 서 있는 모습, ‘ㅡ’는 사람이 누워 있는 모습, ‘ㅎ’은 사람이 양 팔을 벌리고 빠른 속도로 달리는 모습이 된다.
작가는 한글의 자·모음 하나하나를 사람 몸이 다양하게 움직이는 모양으로 해석해 수묵화로 그렸다. 26일~5월 2일 서울 인사아트프라자 ‘이형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개인전 ‘내 이름은 왜 이렇게 불렀을까?’에서 이런 작품들을 보여준다. 그는 “서예가들이 한글을 별로 쓰지 않는 이유는 한글 서체가 단순해 멋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글서예 대가들의 작품을 분석해보니 점과 획에 생명력이 들어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같은 글자도 붓을 세우는 정도와 붓에 힘을 주는 정도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글 서체만으로도 사람의 다양한 모습을 그리기에 충분합니다.”
하긴, 한글을 전혀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우리 자·모음은 사물을 단순화한 그림처럼 보이지 않을까? 이런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작가는 양 손을 치켜 올린 사람, 춤추는 사람 등 동적인 이미지도 한글로 만들어냈다. 익숙한 글자가 새로운 디자인 요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