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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인물
[만나고 싶었습니다] 한글학회 김계곤 회장

"어린이처럼 순진한 마음 드러낼 수 있는 글이 한글"
한글날, 15년 만에 국경일로 승격… 다양한 행사 마련

오는 9일은 560 돌을 맞는 한글날. 올 한글날은 지난 1991년 국경일에서 제외된 지 15 년 만에 부활되는 첫 국경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 깊다.

세계가 인정하는 으뜸 문자인 한글을 일제 시대 때부터 아끼고 지켜 온 단체가 바로 한글학회다. 한글날 축하 행사 준비로 분주한 한글학회를 찾아가 김계곤(81) 회장을 만났다.

"여러 국경일 중에 하나만 가려 내라고 하면, 저는 서슴지 않고 한글날을 꼽을 것입니다."

김계곤 회장은 한글날이 국경일로 부활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 날의 의미에 대해 차근차근 이야기를 시작했다.

"훈민정음에 '나라 말씀이 중국과 달라'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세종 대왕께서는 나라말이 다르다는 것을 밝히며 우리가 독립국임을 과감히 선포한 것입니다."

김 회장은 당시 조선은 '작은 중국'을 뜻하는 '소중화'(小中華)라고 불릴 만큼 명나라의 속국으로 여기던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며, 한글에는 세종 대왕의 민족 의식과 주권 의식까지 담겨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김 회장은 한글학회의 전신인 '국어연구학회'의 이야기를 꺼냈다.

"1908년 창립된 국어연구학회는 일제 때 우리 국민들의 민족 의식을 높이기 위해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480 돌이 되는 1926년 10월 9일을 '가갸날'이라 정하고 기념식을 가졌습니다. 바로 이 날이 첫번째 한글날인 것입니다."

설명을 잠시 멈춘 김 회장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책상 뒷편 벽에 붙은 인물 사진이 들어 있는 액자들을 가리켰다.

"일제 시대 때 한글날이 있었다니 놀랍지요. 바로 저런 선배 국어학자들이 목숨을 걸고 우리 말과 글을 지켰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한글을 쓸 수 있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가리키는 32 개의 액자 속 인물들은 바로 일제가 국학 연구를 탄압하기 위해 조작했던 '조선어학회 사건(1936년)'으로 함흥 감옥에 잡혀갔던 국어연구학회 소속의 한글 학자들이다.

김 회장은 특히 "당시 외솔 최현배 선생은 감옥에서 온갖 고문을 당하면서도 '내 나라 사람이 내 나라말을 공부하는데, 무엇이 문제가 되느냐?'고 당당히 맞섰다."며 선배 학자들은 한글 사랑과 나라 사랑을 하나로 여겼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세종 대왕과 이런 선배 학자들의 고귀한 정신을 이어 앞으로 한글 학회도 사전 편찬 등 한글 보급과 홍보 사업에 더욱 힘을 쏟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올해는 부활된 첫 국경일인 만큼 특별한 행사를 준비했단다.

한글날 하루 전인 10월 8일 경복궁에서 세종 대왕의 훈민정음 반포와 광화문까지의 어가 행렬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다. 이 밖에 한글날 기념 주화와 우표도 발행한다.

1953년 부산 경남고에서 국어 교사로 출발해 한글 학자로서의 외길을 걸어온 김 회장은 어린이들을 좋아해 한때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자 했던 적도 있다고 밝히며, "어린이처럼 순진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글이 바로 한글입니다. 그러니 어린이 여러분도 함께 우리 한글을 밝게 가꿔 주길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다.

2006/10/03 소년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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