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어교과서 100년전(展)을 여는 김운기 씨(52ㆍ안양 검도협회장)는 "교과서 발행 100년이 됐는데도 제대로 된 도서목록조차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글날인 9일부터 14일까지 경기도 안양시 석수2동 스톤앤워터 전시관에서 이 전시관 박찬응 관장(47)의 협조로 국어교과서 변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한글 560년, 국어교과서 100년전'을 연다.
그는 1985년부터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수집을 해 근대 이전의 국어교과서라 할 수 있는 조선시대 음운서부터 올해 각급 학교 국어교과서까지 희귀본을 포함해 모두 270점을 소장하고 있다.
김씨는 "우연히 고서점에 들렀는데 오래된 국어교과서들이 아무렇게나 버려지듯 쌓여 있고 무게로 달아 폐지처럼 팔려나가는 것을 보고 너무 안타까워 수집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 동안 헌책방을 뒤지고 인터넷 경매까지 수시로 드나들며 책을 모았다.
500~1000원에 한 권을 사기도 했지만 희귀본은 월급봉투를 모두 털어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미 군정청이 1947년 발행한 초등국어교본을 손에 넣기 위해 일주일 동안 소장자를 괴롭히는 극성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노력 덕분에 그가 소장하고 있는 국어교과서는 국내 어느 기관이 갖고 있는 것보다 방대하다.
우리나라 최초 근대 교과서이자 대한제국 마지막 교과서인 3권짜리 보통학교 학도용 국어독본(대한제국 학부 편찬) 1909년판 제2권을 갖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이 한 권이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일제 때 제2외국어용으로 만들어진 조선어독본 12종과 고등조선어 및 한문독본, 중등조선어 및 한문독본 10종을 모두 갖고 있고 한글 첫걸음(1945년 한글학회 편찬), 초등국어교본(상ㆍ하, 1947년 미 군정청 편찬), 조선시대 3대 음운서(화동정음통석, 삼운통고, 규장전운)도 소장하고 있다. 1747년 초간본이 발행된 화동정음통석은 범례와 말미에서 한글에 대한 고찰을 담아 국어학 연구에 귀중할 뿐만 아니라 국내에 몇 권 남아 있지 않은 희귀본으로 김씨는 1787년판을 갖고 있다.
그는 "수집을 시작한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말과 글은 문화의 정수이고 그 시작은 국어책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며 "제대로 된 국어교과서 박물관을 건립하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