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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인물
`부자사전`이 아니라 `부사사전`이요

“부사가 문장에서 필수가 아닌 부속성분이라고 하지만 아주 묘한 놈입니다.”

언뜻 <부자사전>으로 읽히는 <우리말 부사사전>(박이정)을 펴낸 남양고교(경기도 화성시) 백문식(57) 교장은 부사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

3년에 걸쳐 20여가지의 사전, 학술 단행본, 논문을 훑고 방언과 북한 말을 아울러 2만여개의 부사를 가나다 순으로 정리해냈다. 의미와 쓰임새는 물론 어원과 오용사례도 곁들여 연구자와 언어 생활에 이바지토록 했다. 동사 형용사 사전은 나온 바 있지만 부사사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말의 뿌리를 찾아서> <우리말 파생어 사전> <우리말 표준 발음연습>에 이은 백 교장의 네번째 책이다.

“살천스레, 곰비임비 등 말과 글을 풍요롭고 맛깔스럽게 하기도 하고 어서, 빨리, 느지막히 (와라) 처럼 뜻을 세밀하게 변별하는 구실을 하죠. 깡총깡총, 껑충껑충 같이 자모음이 교체되면서 미묘한 어감 차이를 가져오는 특성이 있어 생산성이 높은 편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사전>(1999)에 수록된 50만9076개 단어 가운데 1만7895개가 부사인데, 이는 명사(65.82%) 동사(13.43%)에 이어 세번째로 큰 비중(3.52%)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부사가 많은 것은 자모음이 교체된 의성·의태어가 많은 탓도 있지만 명사 동사 형용사 등 다른 품사에서 들어온 파생부사가 많은 탓이 크다.

“부사는 다른 영역에서 쉽게 파생어를 받아들이는 반면 스스로 다른 품사로 전이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꼭 오래된 욕심장이의 자루 같아요.” 그래서 자루를 뒤적여 보면 재밌는 게 많다고 말한다.

붉그락푸르락, 발그레처럼 ‘붉다’라는 형용 의미가 뚜렷한 게 있는가 하면 ‘울긋불긋’의 ‘울긋’처럼 얼핏 무관해 보일 정도로 형태가 바뀐 경우도 많다. 단어를 보면 시간의 흐름과 전이의 정도가 보인다는 것이다.

“매우, 너무, 자주 등 그냥 부사로 알고 있는 것들도 사실은 맵다, 넘다, 잦다에서 온 거예요. 화석처럼 오래 전에 품사가 바뀐 탓에 파생부사임을 인식하지 못할 뿐이죠.”

백 교장이 말하는 부사의 특성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부사의 현대성. 최근 들어 인터넷, 문자통신, 신문제목 등에서 부사가 각광받고 있다는 것이다. 바쁜 현대생활에서 언어를 경제적으로 쓰려는 욕구와 부사의 함축성이 맞아 떨어진 까닭이다. 예컨대 ‘눈물 펑펑’이라고 하면 ‘펑펑’ 두자로써 ‘쏟아진다’라는 보이지 않는 술어를 거느릴 뿐더러 쏟아지는 모양까지 보여줄 수 있다. “주객전도 현상이랄 수도 있지만 부사의 새로운 측면이 부각되고 있는 거죠.” 또 문장 가운데 어느 곳에 두어도 뜻이 통하면서 미묘한 차이를 부각시키는 존재이기도 하다. ‘여태껏 그가 한 일은 설거지뿐이었다’에서 ‘여태껏’은 ‘한 일’, 또는 ‘설거지’ 앞으로 옮겨 강조점을 달리할 수 있다. 의미가 제한적인데 비해 문장 안에서 활용도가 높은 부사의 특징을 보여준다.

“중요성에 비해 부사는 조명이 덜 된 편입니다. 저의 <부사사전>이 더 나은 연구의 밑거름이 되었으면 해요.”

백 교장이 근무하는 남양고등학교에는 다른데 없는 우리말사전찾기 대회와 국어능력 경시대회가 있다. “장-단모음, 복-단모음은 못 배운 사람들이 되레 더 정확히 발음해요. 해방 이후 쓰기 위주 교육을 해 오면서 생긴 현상이죠. 이제는 더 늦기전에 학교에서 말하기도 가르쳐야 합니다.”

2007/01/08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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