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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른 이 175750552 명
깁고 더함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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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것으로 사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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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석 류영모는 우리 말로 사유한 세계적인 사상가다. 다석은 유럽이라는 절대중심에서 벗어나 지구 위의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더불어 살아갈 삶의 원칙을 찾는데 일생을 바쳤다.
지금은 온갖 이념과 세계 종교가 뒤섞여 공존해야 하는 다원주의 시대를 살아갈 새로운 삶의 문법을 필요로 하는 시점이다. 다석은 바로 그 해법을 찾아 평생 유(儒).불(佛).선(仙) 3교와 그리스도교 사상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사상을 찾아내려고 애쓴 `지구촌 시대` 의 사상가다.
다석은 이러한 세계철학적인 문제를 풀어갈 해결의 실마리를 바로 한국인의 영성적 심성, 자연친화적 생활방식, 통합적 사유의 얼개, 우리말의 상생적 문법 속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보았다.
다석에 의하면 말을 보이게 하면 글이고, 글을 들리게 하면 말이다. 말은 하느님의 `마루뜻` (宗旨)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고, 글은 하느님을 `그리는 뜻` (思慕)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말 속에서, 말을 건네오는 하느님의 소리를 귀기울여 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만 좋은 문학, 좋은 철학이 나올 수 있다.
지금같이 남에게서 얻어온 것, 즉 외국어를 갖고서는 우리의 사상을 키워나갈 수 없다. 다석은 "글자 한 자에 철학개론 한 권이 들어 있고 말 한마디에 영원한 진리가 숨겨져 있다" 고 생각했다. 다석은 우리말 속에 녹아들어 있는 천지인(天地人) 합일의 세계관에 주목한다.
다석의 우리말을 바탕으로 한 이러한 사색이 돋보이는 곳은 무엇보다도 그의 인간에 대한 정의이다. 우리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아무 생각 없이 서양인들이 우리에게 심어준 대답인 `이성적 동물` 을 되뇌인다. 이러한 정의에 반대하여 독일의 현대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인간을 `세계 안에 있음(세계-내-존재)`이라 규정했다.
그러나 다석은 인간을 사이에 던져져, 사이를 살아가고 있는 `사이-존재(사이에-있음)` 로 본다. 즉 `하늘-땅-사이` (天地間)에서, `사람-사이` (人間)에서, `빔-사이` (空間)에서, `때-사이` (時間)에서 그 사이를 이으며 사이를 나누며 살고 있는 `사이-존재` 로 보았다.
다석은 `사이에 있는` 인간을 그 사이에 따라 네 가지 차원으로 구별하여 다룰 수 있다고 본다. `빔-사이` 를 차지하고 있는 몸으로서의 `몸나` 는 나의 전부가 아니다. `사람-사이` 를 오고가는 마음으로서의 `맘나` 도 나의 전부가 아니다.
시간 속에 살며 `때-사이` 를 잇고 있는 역사적 주체로서의 `제나` 도 나의 전부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하늘과 땅 사이를 잇고 있는 `얼나` 로서의 나야말로 `참나` 다.
인간을 이렇게 `사이-존재` 로 본 한국인의 생활 세계를 보이게 보이지 않게 규정해온 한국인의 삶의 심층 문법은 한마디로 `살림살이` 이다. 우리말의 살림살이에는 살리는, 다시 말해 죽지 않도록 감싸주고 보살피는 삶의 방식을 가장 중요한 생활 자세로 본 우리 선인들의 삶의 철학이 배어 있다.
온 지구인이 다석과 더불어 `우주적 살림살이` 의 정신으로 지구 살림살이에 동참한다면 새천년 인류의 평화로운 `더불어 삶` 은 가능하다.
이기상 <한국외국어대 교수.철학>
2001/04/0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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