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는 철학의 황금기를 가져올 것이다. "
세계적인 언어철학자인 미국 버클리대 존 설(68.사진)교수가 최근 한국을 방문, 지난 21일 고려대를 시작으로 서강대(23일).서울대(24일) 등을 돌며 강연을 펼치고 있다.
설교수는 일반인에게는 낯선 인물이지만, 독일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에게도 철학적 영감을 제공하는 등 영.미철학계의 거두로 불린다.
1969년 "언어행위" 라는 책을 통해 언어철학계의 권위자로 군림한 그는 80년대 이후에는 심리철학.사회철학으로 폭을 넓히며 정력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데카르트 이래 서구 철학계에 굳어져 온 정신과 물질의 이원론을 거부하고 정신을 자연계의 일부로 환원한 "생물학적 자연주의" 를 주창했다.
컴퓨터는 "마음" 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 "중국어 방 논증(Chinese Room Argument)" 으로 유명하다.
그가 첫머리에 밝혔듯이 "철학의 황금기" 를 예언한 동기는 단순하다.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정보의 공유가 가능해 철학의 대중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요지다.
그는 "인문학의 위기" 에 대한 소견도 밝혔다. "미국에서도 인문학의 위기는 늘 있어 왔으며, 이는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60년대 여권 운동 등 전투적 이슈들이 점차 쇠퇴하면서 이제 고전문학 등 본질적인 것에 매달리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며 미국 학계의 새로운 흐름을 소개했다.
그의 방문은 두번째. 87년 주한미군에 있던 아들을 면회하러 처음 왔고, 이번에는 "다산기념 철학강좌" 초청으로 왔다.
때맞춰 정신과 세계의 관계를 명료하게 정리한 그의 저서 "정신.언어.사회" (해냄)가 번역돼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