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최근 외국어 교육의 수준을 최상급까지 올리기 위해 한국어 중국어 아랍어를 시범언어로 선정, 특히 한국어에 가장 많은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정부의 ‘한국어 우대’ 방침은 1994년부터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이인호)의 지원을 받아 영어권 한국어교재를 개발하고 있는 한국학자들의 숨은 노력이 성과를 맺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은 내년까지 총 21권의 교재를 발간할 예정이다.
5일 오후 3시 연세대 상남경영관에서 이 교재 발간을 주도해 온 미국 하와이 한국어교육연구센터(KLEAR) 손호민 소장(69·언어학)을 만나 한국어교재 발간 및 영어권 한국어 교육의 의미와 파급 효과 등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그 동안 미국에서 실시된 ‘전통적 외국어’(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제외한 외국어 교육은 초급이나 중급이 대부분이었고 상급은 매우 드물었지요. 그런데 이번에 최상급 수준의 외국어 교육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한국어에 가장 많은 지원을 하는 것은 남북한의 정치적 중요성도 고려한 것이겠지만, 그 동안 저희가 개발해 온 교재가 미국 정부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잘 맞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전통적 외국어’ 이외의 언어를 대상으로 한 이번 사업에서는 일본어 러시아어 등 주요국가의 언어가 탈락했다. 시범언어 중에서도 한국어는 한 대학을 선정하도록 한 다른 언어와는 달리 하와이대와 UCLA의 두 대학을 선정해 각 100만 달러와 60만 달러를 지원토록 했다. 두 대학은 3년간 교재를 개발하고 학생들을 선발해 시범교육을 실시한다. 시범교육과 함께 본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추가예산도 의회에서 심의중이다.
“우리가 개발한 한국어 교재처럼 초급부터 최상급까지 일관된 체계로 만든 외국어교재는 미국에서도 전례가 없습니다. 그래서 미국 정부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겁니다. 이 교재는 다른 한국어교재와 달리 영어권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어와 영어의 언어 및 문화적 차이를 고려하면서 교수방법론과 설명방식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영어권 국가 및 국내에서 활동중인 30여 명의 한국어학자 및 언어학자들이 1994년부터 이 ‘영어권 대학용 한국어교재 종합개발사업’을 진행해 왔다. 현재 이 교재는 하와이대 출판부에서 이미 8권이 출간돼 하버드대, UCLA, 스탠퍼드대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어를 최상급까지 배울 수 있는 영어권 사용자는 많지 않을 겁니다. 이런 수준에 이를 수 있는 사람들은 한국교포가 대부분이겠지요. 이는 이번 미국 정부의 사업이 영어권의 교포 2세, 3세들에게 한국어를 제대로 교육해서 국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