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말을 잃어버린 민족이었습니다. 그러면 광복 후 우리 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어야지요. 언어는 곧 민족의 정체성입니다”
국립국어연구원 남기심 원장(66·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은 8·15 광복절이나 한글날이 되면 마음이 착잡하다. 갈수록 흐트러지는 우리말에 대한 속상함 때문이다.
“컴퓨터 언어의 혼란이나 외래어의 과다 사용 문제를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 정체성을 보여주는 ‘언어’가 체계가 없어요. 대중의 언어사용 실태를 제대로 조사해 규범을 제시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한마디로 ‘규범’이 대중의 언어사용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예가 사이시옷. 어디에는 들어가고 어디엔 안 들어가는지 예외가 많아 혼란스러운 데도 정리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규범을 만들기 위해선 ‘면서기’의 정신이 필요하나 국가가 이를 방임하고 있다는 지적. 국가가 언어사용 실태를 면서기와 같이 꼼꼼한 자세로 조사·분석하고 규범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어능력향상’과 ‘국어의 세계화’ 문제도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한 신문광고에서 ‘발의 부상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줍니다’라는 글귀를 보고 경악한 적이 있어요. 말이 됩니까? 이뿐 아니라 전자제품의 설명서도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이 많아요. 법조문은 그게 문법입니까? 또 사이버 세대들의 말을 알아듣습니까? 이렇게 엉망진창인 말은 국민의 생각을 뒤죽박죽으로 만듭니다. 따라서 정치·경제·역사인식·지식의 습득도 뒤죽박죽이 되는 거지요”
‘언어 규범제시’ ‘국어능력향상’ ‘국어의 세계화’를 이끌어야 할 국립국어연구원의 연예산은 오페라무대 한 편 값인 8억 여원 정도에 불과하다. 다행히 김성재 신임 문화관광부장관이 취임하면서 올바른 국어정책을 표방하고 나서 희망을 걸고 있다는 그는 “언어체계의 확립을 광복운동으로 알고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