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우리말로 이름을 지으면 부르기도 좋고 남들이 쉽게 기억하고 또 정서순화에도 도움을 주니 얼마나 좋습니까" 한글학회가 9일 개최하는 `제10회 온겨레 한말글 이름 큰잔치`에서 `으뜸상`을 받는 차명오(44.나주 다도중 교사)씨의 `순우리말 이름 예찬론`이다.
학교 동료교사인 남준길 씨의 큰딸 이랑(7)양의 이름을 지어준 차씨는 "남선생님이 농업지도 교사라 농경정신을 담았고 남과 더불어 사는 마음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남이랑`이라고 지었다"며 "우리말로 `이랑`은 `고랑`과 `둔덕`이 합해진 것으로 음과 양이 함께 만나게 돼 조화롭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차씨처럼 `순우리말 이름은 왠지 어색하다`는 고정관념을 딛고 젊은 부부들 가운데 자신있게 순우리말로 자녀들의 이름을 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직업군인인 주용국(38)씨는 두 딸에게 각각 `해나`(12)와 `해든`(10)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성이 붉을 주(朱)자라서 이름을 풀이하면 첫째는 `붉은해가 난다`는 뜻이 되고 둘째는 `붉은해가 들어온다`는 뜻이 된다"는 그는 "굳이 항렬을 따르지 않아도 되면 깊은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순우리말 이름이 좋다"며 조카인 장미경(29.여)씨에게도 순우리말 이름을 적극 권했다.
이모부의 권유로 장씨는 맏딸(6)에게 `크다`는 뜻의 `한`자와 `슬기롭다`의 `슬`자를 합해 `한슬`이라는 이름을 지어줬고 동생(1)은 `새로운 길을 연다`는 뜻으로 `새연`이라고 지어줬다.
순우리말 이름을 얻은 아이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이다부진(13.경기 의왕부곡중1년)군은 "어릴 때는 친구들이 이름을 가지고 `단무지`라고 바꿔부르며 놀려서 마음이 상하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이름이 자랑스럽다"며 "동생 야무진(12)이랑 어디에 가든지 남들이 쉽게 기억해줘 금세 `유명인사`가 된다"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남정훈(30.경기도 연천군)씨는 몇 해 전 맏아들의 이름을 지으려고 `남산마루` 등 순우리말 이름을 놓고 고민하다 끝내 어색해 한자 이름으로 짓고 말았던 것이 아쉬워 재작년 얻은 둘째의 이름은 `다연`(막힘없이 다 열어 나간다)이라고 지은 경우.
작년에 태어난 맏아들에게 "어디에 가든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라"고 `김자랑찬`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김재훈(37.양천구 목동)씨는 조카에게도 `세상을 꿈과 사랑으로 가득 채우라`는 의미에서 `유채울`이라는 우리말 이름을 지어줬고 조만간 얻게 될 딸의 이름은 `김해오름`, `김해마루`, `김여울` 등을 저울질하고 있다.
연세대 사회교육원의 배우리 교수는 8일 "젊은 분들이 순우리말 이름을 너무 쉽게 지어 어색한 경우가 종종 있다"며 "아버지의 정신을 담아 성과 이름이 조화되도록, 또 부르기에도 어색하지 않도록 잘 지으면 순우리말 이름의 탁월함이 돋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