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와서 한국어과 학생들에게 강의를 한 지 2년 만에 처음으로 이번 학기에는 1학년 한국어회화 강의를 맡았다. 한국에서는 방학을 한지 오래지만 여기서는 12월 31일에서야 기말고사의 일부를 겸한 발표를 끝으로 종강했다. 한 학기 동안 배운 것을 활용해 조별로 상황을 설정하고 연기와 대화를 통해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 시험이다.
6조로 나뉜 24명의 학생들은 하나같이 재치 있는 발표를 했다. 동화 <콩쥐팥쥐> 이야기를 극화한 팀, 올해 중국에서 화제가 된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일부를 각색한 팀, 수업시간에 배운 갖가지 상황을 메들리로 구성한 팀 등 다양한 발표가 이어졌다. 발표 방식에서도 참신한 아이디어가 선보였다. 전화하는 장면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실연하고, 콩쥐가 사또의 짝이 되는 장면에서는 한복을 입고 등장하기도 했다.
친구들의 발표장면을 시험관이 되어 지켜보며 웃는 그들은 처음에 한국어 발음을 배우느라 고생했던 일은 다 잊은 것 같았다. `ㄱ’받침을 제대로 못하고, `사’ ‘자’ ‘차’ 발음을 구분못해 얼마나 애를 먹었던가! 그러던 학생들이 중간고사가 끝나고서는 초등학교 노래 <작은 별>을 배웠고, 오늘은 한 학생의 지도로 <엽기적인 그녀>의 주제가를 따라 불렀다. 한 학기만에 초등학생에서 대학생으로 불쑥 큰 것 같은 이들을 가르치며 신생아 양육의 고통과 기쁨이 이만하랴 싶었다.
이렇게 한국어를 전공으로 삼게 된 학생들은 이제 한국과 한 배를 타게 된 셈이다. 한국이 번영하면 이들의 전공도 빛을 보게 되고 한국이 침체되면 이들도 설자리를 잃게 된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한국의 현재적 상황에 매우 관심이 많다.
그러므로 아무리 초급 한국어 강의라도 한국의 모든 상황이 여기서는 살아있는 교재로 활용된다. 3학년 <한국 개황> 강의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엽기적인 그녀>도, 월드컵 응원도, 촛불시위도, 대통령 선거도 모두가 움직이는 교재다.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대접받으며 민주적인 역량이 성큼 자란 성숙된 사회라는 올해의 교재는 가르치고 공부하는 데에 신바람이 나게 했다. 새해에는 더 성숙한 모습으로 이들이 선택한 길에 확신을 줄 수 있는 든든한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소망을 종강에 부쳐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