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배우다 보면 한국과 터키가 형제나라라는 말이 더욱 실감 나요.” 최근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개론서 ‘한국의 언어’를 터키어로 번역 출판한 술탄 훼라 아크프나르(32·여)는 할아버지 와 외삼촌 등 친척들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인연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터키 앙카라국립대에서 한국어문학을 전공한 후 서울대 대학원 국문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그는 석사논문을 쓸 때 ‘터키와 한국의 경어법 연구’를 주제로 삼으면서 양국의 말이 비슷하다 는 것을 실감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박사논문으로 훈민정음에 관한 연구를 준비중이다.
지난 95년 한국국제교류재단 장학생으로 유학차 한국에 왔을 때 에는 택시를 탈 때마다 운전기사가 대뜸 “몇 살?” “남자친구 는 있어?”라며 사적인 질문을 쏟아내는 통에 놀랐다는 그는 요 즘 새로 만난 사람에게 “몇살이냐”고 먼저 확인하는 버릇이 들 었다. “처음에는 나이며 기혼여부를 꼬치꼬치 묻는 것에 기가 막혔지만 지금은 한국사람 못지 않게 익숙해졌죠. 경어법이 발달돼 있는 문화 때문에 나이부터 확인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기본적으로 정많은 한국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갖는 관심 의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서울대 국문과 이익섭 교수 등이 집필한 ‘한국의 언어’는 터키 에 소개되는 한국어 관련서적으로는 처음이다.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터키의 학술출판사 아의도두에서 출간된 번역본은 특히 아크프나르가 한국의 역사적 상황, 어원, 속담의 배경 등에 대한 세심한 각주를 곳곳에 추가해 원본보다 100여쪽 늘어난 것 이 특징이다.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하는 아크프나르는 유학초기 하숙집에서 경 상도출신 친구들에게 사투리를 먼저 배우는 바람에 학교에서 애 를 먹었지만 ‘한국의 언어’를 번역하는 동안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평소 소설가 이호철씨와 이문열씨를 좋아한다는 아크프 나르씨는 “앞으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의 문학 작품 번역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적인 한국의 모습을 터키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