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란 참으로 어렵다. 취재를 다 마쳐놓고도 리드가 떠오르지 않아 PC 앞에서 모니터만 응시하고 있는 기자들을 본다. 창가를 서성이며 연신 물만 마셔대는 사람도 있다.




대문장가인 어니스트 헤밍웨이 조차도 첫 문장이 쉽게 생각나지 않으면 연필을 마구 깎아대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글쓰는 일에 비하면 “사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한 미국 작가도 있다.




시나 소설의 창작, 기사쓰기 등에 비하면 e-메일 쓰기는 훨씬 쉬운 편에 속한다. 고뇌와 천착이 필요한 글은 e-메일로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년 동안 연재해오던 이 칼럼을 끝내면서 e-메일을 쉽게 쓰는 요령 10가지를 정리해본다.



첫째, 주어와 동사를 바짝 붙여 의미가 분명한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한 문장에는 한가지 아이디어만 집어 넣도록 한다.

셋째, 짧은 문장과 문단을 쓰라. 영문e-메일의 경우 평균 25자를 넘지 않도록 하자.

넷째, 명사나 명사구 대신 동사를 써라.

다섯째, 능동태를 써라. 주어를 강조할 경우나 꼭 필요한 경우에만 피동태를 써라.

여섯째, 부정적인 의미가 들어간 단어는 될 수 있는 대로 피하라.

일곱째, 읽는 이들의 취향에 맞는 톤을 유지하고 지나치게 엄격한 형식은 피하라.

여덟째, 단순하고 친숙한 일상어를 사용하라.

아홉째, 전문용어나 약자는 가급적 피하라. 열째, 난해한 단어에는 설명을 붙여라.



이상과 같은 글쓰기 요령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글은 말하듯 쓰라”(Write as you talk)는 것이다.



하지만, 글쓰기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은 누구에게, 어떤 내용의 e-메일을 보낼 것이냐이다. 이전에도 강조했듯이 e-메일은 한 번 보내고 나면 거두기 어렵다.



"e-커뮤니케이션"의 가장 큰 특징은 속도이기 때문에 파급효과도 그만큼 빠르다. 한 순간의 실수로 엉뚱한 상대에게 e-메일을 보냈다가 직장을 잃는 사람도 심심찮게 나온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점은 e-메일의 익명성의 뒤에 숨어서 악의적이거나 상대의 명예를 훼손하는 메시지를 보내지 말라는 것이다.



얼마 전 개인적으로 아끼던 언론계 후배 하나가 이런 평범한 사실을 간과한 채 e-메일을 보냈다가 직장을 떠나게 됐다. e-메일을 쓸 때 다른 사람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런 낭패는 면할 수 있다.



연재를 마치며 그 동안 이 칼럼에 많은 관심을 가져준 국내외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한국일보 2000/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