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전문가만이 쓰는 것이 아니다.



  많은 학생들이 글을 쓰는데 부담을 느낀다. 글쓰기를 두려워한다. 글쓰기에는 어떤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글재주가 없어"라고 주저하고 뒷걸음친다. 그러다보니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글을 써 버릇하지 않으니 글은 더욱 못쓰게 된다. 마치 처음 컴퓨터를 접하는 사람들이 컴퓨터를 두려워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컴퓨터의 전문가가 되어야 컴퓨터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를 켜고 끌 줄 알면 누구나 컴퓨터를 쓸 수 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한글을 깨친 후에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우리말의 구조에 대한 전문적 문법 지식이 있어야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다. 우리말을 구사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머릿속에 우리말의 문법을 갖고 있다. 따라서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말이 호흡을 통해 입으로 나오는 것이라면 글은 손을 이용해 문자 언어라는 새로운 기호로 나타내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글은 소수의 전문가가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이것은 어느정도 사실이다. 우리가 보는 글은 대부분 전문가나 소수의 사람들이 쓴 글이다. 보통 사람들의 글이 책이나 신문에 실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의 글과 비교해 볼 때 주눅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텔레비전에서 말을 해서 밥벌어 먹는 사람들을 보면서 좀 부러워는 할지언정 우리가 저들처럼 말을 잘 하지 못한다고 자괴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들은 직업적인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들도 글재주로 먹고사는 것이 아니라, 깊은 학문적 연구를 통해 글을 쓴다. 따라서 우리 자신의 글쓰기 능력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말하기와 달리 글쓰기를 통한 문자 생활에 우리는 익숙지 못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문맹률이 낮기로 유명하다. 문자를 읽고 쓸 줄 모르는 국민이 거의 없다. 이는 쉽고 간편한 한글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쉽고 간편한 한글로 문맹률은 매우 낮지만 문자 생활을 하는 정도로 본다면 우리 나라는 아직도 문자 생활의 후진국에 머물러 있다.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 수준은 매우 낮다. 심지어 학생들의 독서율도 매우 저조하다. 하물며 글쓰기는 일러 무엇하랴. 암기식 교육은 대학에까지 보편화되어 있어 제대로 글 한편 안 쓰고도 대학까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할 수 있다.



  한동안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탈주범이 있었다. 그의 행각은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기도 했다. 그가 더욱 놀라왔던 것은 일기 때문이었다. 그는 도피 기간 중에 틈틈이 일기를 써 자신의 심정과 입장을 표현했다. 이 일기가 한동안 언론에 관심을 끌었다. 그는 비록 고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지만 문자 생활에서는 고등학교 졸업한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의 일기는 그를 단지 흉악범으로만 보지 않도록 만들었다.



  최근 발달한 컴퓨터 산업과 인터넷의 발달은 우리에게 새로운 문자 생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청소년들이 채팅으로 통해서, 이메일을 통해 새로운 문자 생활에 참여하고 있다. 이메일을 통한 문자 생활이 일반화되는 현상은 우리의 문자 생활을 풍부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의 총선 시민 연대 같은 시민단체의 활발한 활동도 네티즌의 활발한 문자생활에 의해 가능한 것이었다.



  활발한 글쓰기 글읽기 문화는 개인의 삶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삶의 질을 높이고 문화적 저력을 높일 것이다. 그러니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글로 표현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글쓰기는 자신을 굴레에서 해방시킬 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맹목과 편견의 굴레에서 해방시킬 것이다. 소수의 의견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다수의 입장이 고려되는 사회, 소수의 입장이라도 존중되는 민주적 사회를 가능케 할 것이다.



  우는 아이 젖 준다고 했다. 남의 눈치를 보지 말고 내 글이 문법적으로 옳은가를 의심하지 말고 자기 생각을 당당히 표현해야 한다. 누구도 나의 자존을 평가할 수 없고 재단할 수 없다. 내가하는 말은 나를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있고 나의 글은 나를 보여주기 때문에 존재가치가 있다. 글쓰기는 일부 전문가연하는 꾼들의 것이 더 이상 아니다. 무엇이든지 표현하라. 표현되지 않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