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고지를 왜 사용하나?




1. 원고지는 원래 활자를 다루는 사람들을 위해 그들 사이에서 
쓰기 위해 발전한 것입니다. 책이나 보도매체를 다루는 곳에선 
문서의 양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글을 교정하기 쉬워야 하는
데, 그 점에서 원고지는 매우 효율적인 도구입니다.



2. 컴퓨터가 발전하며 "원고 분량의 측정"이라든지 "교정" 따위
의 기능이 원고지로부터 컴퓨터 워드로 옯겨졌습니다.이러한 변
화 속에서 곳곳에서 "원고지 무용론"이 대두하고 있는 것도 사
실입니다. 그러나 원고지는 다른 측면에서 새롭게 그 가치를 발
휘하고 있습니다. 우리 글의 법칙을 가장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쓸모있는 교육 도구로서 쓰이고 있지요. 저 또한 그  
점에서의 교육적 효과는 인정할 만하다고 봅니다.



□ 원고지 사용의 원칙 : 한 마디로 "보기 좋고 질서 있
게"




우리 글 원고지는 200자 외에도 400자, 1000자 등 다양합니다. 
흔히 학교에선 무슨 정해진 법칙이라도 있는 것처럼 "제목은  
둘째 줄, 이름은 몇째 줄에 뒤에 몇 칸을 남기고, 본문 첫 줄
은 띄고 ~" 하는 식으로 교육합니다. 잘못이지요.

어린이들에게 쓸 데 없는 규칙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차라
리 "얘들아, 우리 모두 이렇게 쓰기로 약속하자" 라고 하면 그
만입니다.  원고지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스스로 보기
에 좋고 편리하다고 생각한 대로 사용하면 됩니다.

글의 제목을 정해 놓고 손가락을 짚어 가며 앞뒤 빈 칸을 셈하
는 어린이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봅니다.

긴 제목을 붙이고 싶은데 원고지 사용법을 몰라서 그냥 짧은 제
목으로 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어린이도 있습니다.  처음 1000
자 원고지를 접한 중학생은 당황하거나 200자 원고지를 사용할 
때의 공식(?)을 사용해 아주 우스꽝스럽고 보기에 갑갑한  글
을 써놓습니다.

 다음에 정리해 놓을 원고지 사용법을 "또 하나의 암기꺼리"로 
삼지 말아 달라는 취지로 위와 같은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ㄱ. 첫 장 첫줄은 비우거나 "글의 종류(또는 갈래라고도 
함)"를 씁시다.

ㄴ. 제목 쓰기

ㄴ-1. 제목은 200자 원고지의 경우 두 번째 줄의 가운데 모이도
록 씁시다.
 
(400자, 1000자 원고지 경우는 학생들의 미적감각에 맡깁시다.)


ㄴ- 2. "선생님, 제목을 길게 정하고 싶어요." "그래? 두 번째
와 세 번째 줄에 나누어서 쓰면 되지. 윗부분은 약간 왼쪽으로 
아랫 부분은 약간 오른 쪽으로 가게 해 봐. 그럼 보기 좋게 될 
거야."

ㄴ- 3. 제목이 한 글자인 경우엔 둘째, 셋째 줄에 걸쳐 큰 글씨
로 써도 보기 좋습니다.

ㄴ- 4. 제목이 두 세 글자밖에 되지 않을 땐 글자마다 칸을 띄
어도 좋습니다.

ㄴ- 5. 제목 밑에 작은 제목을 달 수도 있습니다. 작은 제목의 
길이가 짧으면 셋째칸에 적고, 글씨가 많으면 칸을 무시하고 둘
째와 셋째 줄 사이의 빈 공간에 작은 글씨로 쓸 수 있습니다. 
칸을 무시하기 싫은 사람은 넷째 줄까지 사용해도 상관 없습니
다.

ㄷ. 제목이 한 줄이라도 그 다음 줄은 비웁시다. 나중에 제목
을 길게 바꾸고 싶어질 수도 있고, 작은 제목을 달고 싶어질 수
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비워두는 쪽이 보기 좋습니다. 
긴 제목이거나 작은 제목을 단 경우엔 좋을대로 합니다.

ㄹ. 학생의 경우엔 이름보다 학교와 학년을 먼저 쓰는 편이 자
연스럽습니다. (교사가 미리 약속을 정해 주는 쪽이 혼란스럽
지 않아 좋습니다.) 보통 학교 이름이 있는 윗 줄보다 이름이 
있는 아랫줄을 한 칸 더 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ㄹ-1. 학교 학년을 모두 한 줄에 쓰는 경우엔 줄여쓰기를 합니
다. 이 경우엔 누구에게나 자신의 이름은 소중할 테니 눈에 잘 
띄도록 칸을 띄워가며 쓰게 해주면 좋을 듯싶습니다.

ㄹ- 2. 학교를 먼저 쓰고 학년과 반을 다음 줄에 쓰기로 해도 
좋습니다.(이 때는 학년 반 쓰기를 "5 - 3" 이라든지 "5의 3"으
로 짧게 쓰도록 정해줍니다. 학교 이름은 위의 빨간 글씨처럼 
붙여 써도 좋고 아래 빨간 글씨처럼 띄어써도 좋습니다.)

ㅁ. 제목과 글쓴이 부분을 정했으면 한 줄을 띄우고 글을 시작
합니다. 한 줄을 띄워야 "자, 이제부터 시작이야" 하는 기분도 
나고, 보기도 좋지 않습니까? 그런데 시작 첫줄은 보통 한 칸
을 띄워씁니다.(빨간 표시는 쓰는 거 아님)

ㅂ. 앞의 박천일 어린이가 쓴 글의 원고지에는 제가 편의상 노
랑 바탕의 세로 줄을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윗글은 아래의 회
색바탕 부분처럼 잘못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침표를 글자 옆
에 찍거나 띄어써야 한다는 뜻으로 바뀐 줄의 첫 칸을 띄우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실수를 하는 학생에겐 책을 
한 권 가져다 보여주며 책에서 줄이 바뀌어도 띄어쓰지 않고 있
음을 보여주면 금방 이해합니다. 이러한 경우는 "문단"의 개념
을 설명해 줄 좋은 기회가 됩니다.

ㅅ. 시를 쓸 때는 보통 이렇게 합니다.

ㅅ- 1. 본문을 쓸 때 첫 칸을 없는 것으로 여깁니다. 제목과 이
름, 소속을 쓰는 부분은 긴 글의 경우와 같습니다. 책을 만들 
때 흔히 시는 보통글보다 약간 안으로 들여씁니다. 원고지와 원
고지 사용법은 책을 만드는 사람들을 위해 생겨난 것이라고 이
미 말했지요? 첫 칸을 없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보통 두 칸
을 들여쓰게 되지요.

ㅅ- 2. 한 줄이 원고지에 전부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겠지
요? 그러니까 첫 칸은 없는 것으로 여기고, 긴 글이 한 줄에 들
어감을 나타내려면 줄마다 두 칸을 비우고 시작해야 하지요. 그
렇게 하지 않으면 읽는 사람이 오해를 하게 되니까요. 만약 위
의 글을 두 칸 비우지 않고 본문 첫 줄을 원고지에 다음과 같
이 쓰면, 인쇄하는 사람은 ⑴, ⑵두 가지 가운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게 된답니다. 어른이 쓴 글이라면 ⑴의 방식으로 인
쇄하지요. 인쇄하는 사람 책임이 아닙니다. 쓴 사람의 잘못이지
요.



⑴ 어제 어떤 아이가 교통사고가 났다고
   하였다.

⑵ 어제 어떤 아이가 교통사고가 났다고 하였다.



ㅇ. 대화글의 경우도 시를 쓸 때와 똑같은 까닭으로 시처럼 첫 
칸을 없는 것으로 여기고, 두 칸을 비우며 글을 씁니다.

ㅈ. 연극 대본의 경우는 극본 내용에 따라 더욱 다양하고 자유
로운 형식을 가질 수 있습니다.



□ 결론




  초등학교 교육에서 원고지 사용법을 시험 문제로 출제하기도 
하고, 점수에 반영하기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삼가
해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원고지 교정 기호는 문제로 출제할 
수 있지요. 세계 대부분 나라가 전부 비슷한 기호를 사용하니까
요. 하지만 "무엇은 몇째 줄, 무엇은 몇째 칸" 하는 식으로 암
기꺼리를 자꾸 만드는 건 학생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방해할 
뿐 아니라, 글쓰기 자체를 싫어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리
고 선생님 자신을 위해서라도 삼가십시오. 훗날 학생들이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그 선생님, 지금 생각하니 참 무식하고 생각
이 꽉 막힌 사람이었어." 하고 회상하면 좋겠습니까? 툭하면 맞
춤법을 바꾸어 출판사들에게 큰 손해를 끼치고, 툭하면 쓸 데 
없는 규칙을 만들어 교육 현장에 하달하는 권위주의의 낡은 두
뇌들은 더 이상 의식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