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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른 이 132015183 명
깁고 더함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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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는 음식을 만드는 재료나 어떤 일의 대상이나 소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보통 접미사와 의존명사로 취급합니다.
접미사로 쓰인 예로는 '반찬거리, 국거리, 저녁거리, 걱정거리, 웃음거리, 이야깃거리' 따위가 있습니다.
접미사 가운데에는 '먹이의 '-이'처럼 용언 어간에 바로 붙는 것도 있지만 '거리'는 위에서 보듯 명사에만 붙지 용언 어간에는 붙지 않습니다.
의존명사로 쓰이는 예로는 "그 문제는 논의할 거리가 못 된다"와 같은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읽을 거리, 볼 거리'도 같은 예입니다. 의존명사의 경우 앞에 오는 동사는 동명사의 형태를 갖습니다.
즉, 동사의 어간만 오는 경우는 없습니다.
따라서 '먹을 거리'라고 해야지 '먹거리'로 쓸 수는 없습니다.
한편, 관점에 따라 '거리'를 접미사도 의존명사도 아닌 일반 명사로 볼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먹거리'는 동사 어간과 명사가 합쳐져 이루어진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 국어에서는 이와 같이 동사 어간이 바로 명사에 붙어 새로 한 단어를 만드는 조어법은 거의 없습니다.
중세 국어에는 '돌(숫돌)'처럼 이러한 조어법이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더 이상 쓰이지 않는 조어법입니다.
따라서 역시 '먹거리'는 조어법의 원칙에서 잘못된 말입니다.
이와 같은 말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올바른 형태인 '먹을 거리'가 다소 길고 단어보다는 구에 가깝다는 느낌을 주므로 한 음절이라도 줄여 단어다운 말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어휘의 특성상 새로 만들어진 말이 조어법의 잘잘못에 관계없이 일단 전파되면 그대로 굳어져 쓰이기도 한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미 이 '먹거리'는 말이 일부 사람들에 의하여 적지 않게 쓰이고 있어 언젠가 국어의 한 낱말로 자리잡게 될지도 모릅니다.
한글학회의 '우리말 큰사전'은 이 말을 표제어로 올리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머지 대다수의 사전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점은 '먹거리'가 어색하여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먹거리'를 표준어로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이 있으므로 앞으로 열릴 국어심의회에서 이 '먹거리'를 표준어로 인정할 것인지 논의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만일 '먹거리'가 자리잡게 될지라도 그것이 다른 말들에까지 널리 확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왜냐 하면 앞에서 말씀 드렸듯이 이러한 조어법은 현대 국어에서 생산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극히 소수의 몇 단어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새로운 단어를 만들 때에는 국어의 일반적인 조어법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외래어나 한자어를 우리 고유어로 고쳐 쓰려는 뜻일지라도 조어법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만드는 것은 오히려 우리말을 해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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