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른 이 131606031 명
  깁고 더함 2007/12/28
   
 
 
 
  학교 선배를 윗사람에게 말할 때
 
[물음]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가끔 학생들이 선배에 대하여 말하면서 "김철수 형이 그러셨어요"처럼 높여 말하는데, 제 생각에는 분명히 잘못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표준 화법에서는 자기보다 윗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높여서 말한다고 정했더군요. 그렇다면 학생이 선배를 높여 말하는 것이 옳은 건가요?

 
[ 답 ]


아닙니다. 당연히 "김철수 형이 그랬어요"처럼 선배를 낮추어 말해야 합니다. 귀하께서 말씀하신 표준 화법은 평사원이 과장에 대하여 부장에게 말할 때 "김 과장님은 은행에 가셨습니다"와 같이 말하는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직장에서 이와 같이 말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래서 표준 화법은 이러한 예법을 요약하여 `자기보다 윗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높여 말한다`와 같이 규정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신축성 있게 해석하여야 합니다. 먼저 가정의 예를 생각하여 봅시다. 가정에서는 전통적으로 `압존법`이라 하여 아버지에 대하여 할아버지께 말씀드릴 때 "할아버지, 아버지가 진지 잡수시라고 하였습니다"처럼 아버지를 낮추어 말하는 것이 전통이었습니다.

그런데 직장의 경우에는 이와 다릅니다. 가정에서는 할아버지가 아버지보다 한 세대 위로서 한 등급 위인 다른 세계에 있지만, 직장은 다릅니다. 예를 들어 평사원 -과장- 부장은 위아래의 직급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같은 직장인이라는 한 세계 안에 있을 뿐 아들 -아버지- 할아버지처럼 서로 다른 등급의 세계로 나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점에서 직장과 가정의 언어 예절이 차이가 생깁니다.

같은 고등학생인 선배와 후배는 비록 상하의 계급 차이가 있지는 하지만 둘 다 선생님보다는 한 등급 아래인 다른 세계에 속해 있습니다. 예부터 군사부 일체라는 말이 있듯이 선생님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입니다. 따라서 선배에 대하여 선생님께 말할 때는 당연히 선배를 낮추어 말해야 하는 것입니다. 선배의 이름 다음에 `형`이나 `선배` 따위의 말을 붙임으로써 충분히 선배에 대한 예절을 표했다고 할 수 있으며 그 외에는 선배를 높이는 `님`자나 `-시-` 따위의 말은 쓰지 않아야 합니다.

물론 어떤 경우는 그 경계가 대단히 모호합니다. 예를 들어 군대에서 일등병이 병장에 대하여 소대장에게 말할 때는 병장을 높여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사단장에게 말할 때는 "김 병장이 그랬습니다"처럼 낮추어 말하는 것이 어울립니다. 군대의 다양한 서열 관계에서 말하는 대상과 닫는 사람의 관계가 어디에서 높임과 낮춤의 경계가 그어지는지는 사실 모호합니다. 이런 경우 상황에 비추어 자연스럽다고 판단되는 쪽으로 말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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