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른 이 154508284 명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도와드릴께요` → `도와드릴게요`가 바른 표기

“힘내세요! 긴급지원제도가 도와드릴께요.”
“안녕하세요. 문의 좀 드릴께요...”
“화사한 봄 햇살 드릴께요.”
“제가 친구 한 명 소개시켜 드릴께요.”

앞의 말들은 요즘 주변 인쇄매체에서 자주 보는 말이다. 인쇄매체뿐만이 아니다. 주머니 속의 휴대전화도 우는 소리를 내 열어보면 ‘친구 소개시켜 드릴께요’라며 다소 음흉한 문자가 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앞의 말은 모두 표기가 잘못된 것이다. 이는 ‘도와드릴게요/드릴게요’라고 써야 한다. ‘내일 또 올게/조금만 쉴게/그래, 지금 곧 갈게/내가 해 줄게’ 등도 표기할 때도 된소리 표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두 예사소리 표기로 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한글맞춤법 제53항에 ‘-(으)ㄹ걸/-(으)ㄹ게/-(으)ㄹ세/(으)ㄹ지……’과 같은 어미는 예사소리로 적는다는 규정에 근거한 것이다.(‘이미 떠나고 안 계실걸/지금 곧 갈게/나는 자네 심부름꾼이 아닐세’)

하지만 의문형 어미는 다르다. ‘내일 비가 올가?/올까?’에서는 당연히 뒤의 표현이 바른 것이다. 이도 역시 한글맞춤법 제53항의 규정인데, 어미들 ‘-(으)ㄹ까?/-(으)ㄹ꼬?/-(스)ㅂ니까?/-(으)리까?/-(으)ㄹ쏘냐?’는 모두 된소리로 적어야 한다.

참고로 현대어와 고문의 문법은 차이가 있는데, 어미 ‘-(으)ㄹ까?’의 표기도 그 중에 하나이다. 즉 중세 국어에서는 ‘내일이나 사람올가’(관동별곡)처럼 된소리 표기를 하지 않았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는데 ‘도와드릴게요/드릴게요’ 식의 표현은 천 냥이 아니라, 이천 냥도 갚고 남을 말이다. 우선 이런 식의 말하기는 모두 상대방에게 동의를 표하는 것이지만, 이미 화자의 정중한 의중이 담겨 있어 듣는 사람도 정겨움을 느낀다.

따라서 평상시에 친분 관계가 있는 사람들에게 자주 사용하면 환영을 받을 수 있다. 평상시 친분 관계가 없고 처음 보는 사람이라고 해도 “제가 도와드릴게요”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 보라. 그러면 상대방이 금방 웃음으로 답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표현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보다 더 정중한 어법이 필요하다.

오늘날 우리는 물질적 풍요와 함께 문화적으로도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 모두가 우리가 노력한 결과도 있지만, 선인들이 남긴 문화유산과 정신적 가치를 이어받으며 살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라고 생각된다.

특히 언어는 시대를 넘어 우리의 생활 도구인 동시에 정신을 살찌우는 역할을 한다. ‘-드릴게요’ 식의 언어 표현도 화자가 상대방을 배려하고 정감의 뜻을 전하던 우리 선조들의 정신이 담겨 있는 대표적인 말투이다.

지금 사람들은 대중 속에 묻혀 살면서 함께 산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생활환경이 개인적 성향으로 변모하고 있어서 저마다 고독감을 느끼고 산다. 그리고 이러한 단절 의식에 고민하고 마음에 병을 얻어 마침내는 병원까지 가는 경우도 많다.

오늘부터라도 ‘제가 도와드릴게요’라며 따뜻한 말을 건네 보자. 막혀있다고 생각했던 인간관계가 탁 트일 것이다. 보이지 않던 담도 스르르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주위에 정겨운 사람들이 많이 모여 생활도 나날이 즐거워질 것이다.

2006/04/05 국정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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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 1월 6일 한국어 연습장 2006/01/06 한겨레
998 [기자도 헷갈리는 우리말]아등바등, 아등아등 2006/01/03 머니투데이
997 [우리말 다듬기]올 최고의 순화어 ‘누리꾼’ 2005/12/30 동아일보
996 [기자도 헷갈리는 우리말]덥석 2005/12/27 머니투데이
995 [기자도 헷갈리는 우리말]늘이다, 늘리다 2005/12/20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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