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돈을 갚느냐고 물었다”라고 하지 “언제 돈을 갚으냐고 물었다”라고 하지 않는다. 거꾸로 “어느 산이 높으냐고 물었다”라고 하지 “어느 산이 높느냐고 물었다”라고 하지 않는다. 여기서 ‘갚다’처럼 동사인 말에는 ‘-느냐’가 쓰이고 ‘높다’처럼 형용사인 말에는 ‘-으냐’가 쓰임을 알 수 있다.
그럼 ‘않다’라는 말에는 ‘-으냐’가 쓰일까, ‘-느냐’가 쓰일까. ‘않다’는 ‘아니하다’의 준말인데 동사도 되고 형용사도 된다. ‘않다’ 앞의 말이 동사이면 ‘않다’도 동사이고 ‘않다’ 앞의 말이 형용사이면 ‘않다’도 형용사이다. ⑴, ⑵에서 보는 것처럼 ‘가다’는 동사이므로 ‘않느냐’가 쓰였고 ‘좋다’는 형용사이므로 ‘않으냐’가 쓰였다.
⑴ 가지 않느냐고 물었다 ⑵ 좋지 않으냐고 물었다
‘않다’ 앞의 말이 ‘-이다’일 때에는 어떻게 될까. ⑶ 명백한 사실이지 않으냐고 말했다 ⑷ 명백한 사실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때의 ‘-이다’는 서술격조사로서 형용사와 같은 방식으로 활용한다. 따라서 ⑶의 ‘명백한 사실이지 않으냐고 말했다’가 맞다.
더 복잡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⑸ 설문조사조차 응하질 않지 않으냐고 말했다
⑹ 설문조사조차 응하질 않지 않느냐고 말했다
⑸와 ⑹ 중에서는 ⑹이 맞다. ‘응하다’가 동사이기 때문에 그 다음의 ‘않지’는 동사이고 따라서 마지막 ‘않다’ 역시 동사이다. 그러므로 ‘응하질 않지 않느냐’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