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른 이 156047382 명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이 비석 건드리면 천벌



‘영비(靈碑)-이 비석은 신령한 비석이다. 비석을 깨뜨리거나 해치는 사람은 재화를 입을 것이다.’

‘불인갈(不忍碣)-부모를 위해 이 비석을 세운다. 부모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이 비석을 훼손할 것인가. 비를 차마 깨지 못하리니 묘 또한 능멸당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만세를 내려가도 화를 면할진저(爲父母立此誰父母何忍毁之石不忍 不忍碣 犯則墓不忍凌明矣 萬世之下可知免夫).’

이같은 묘비명 덕분에 465년째 원형을 보존하는 묘지가 있다. 서울 노원구 하계동 산 12번지에 자리잡은 이른바 ‘한글 고비’.

오래 됐다고 해서 고비(古碑)라 불릴 뿐 실제로는 조선 중종 때인 1536년 명필 이문건(1494∼1567)이 선친 이윤탁과 어머니 고령 신씨를 합장한 묘 앞에 세운 비석이다.

이 비석은 훈민정음 창제 이래 한글이 새겨진 현존 최고의 금석문 비로,15세기 고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국어학 학술자료로서 그 가치가 매우 크다. 그러나 일반인은 한글 고비의 위협성 문구에 더욱 관심이 많다. 묘비 양측면 중 한쪽에는 한문으로,다른 편에는 한글로 훼손을 금하는 글을 각인해 놓았기 때문이다.

우리말 경고문은 한자를 모르는 사람이 멋모르고 손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잦은 탁본 탓인 듯 한문에 비해 상태는 선명하지 못하다. 1974년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7호로 지정되기 훨씬 이전부터 주민들은 비석에 금줄을 치고 치성을 드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사람을 호모 사피엔스,즉 생각하는 인간이라고 부르나보다. 마음 따라 몸도 가는 법이다.

2001/07/05 스포츠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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