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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른 이 182655236 명
깁고 더함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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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글 찻집] 베풀어 풀기 / 최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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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마디를 연결하는 이음씨끝을 마땅함·뒤집음·풀이·가림·벌임법으로 크게 나눴을 때 마땅함(매는꼴) 갈래가 제일 가짓수가 많고 활발히 쓰인다. 다음으로 풀이꼴(설명형)이 활발히 쓰이는데, 앞마디에 붙어서 뚜렷한 제약 없이 뒷마디를 베풀어 말하는 것이 특징이다.
앞마디가 내건 ‘까닭·조건·이유’에 따라 뒷마디가 보이는 ‘결과-반응’의 관계가 마땅히 있을 수 있는 일임을 나타내는 이음씨끝(매는꼴)의 말본뜻도 ‘사실·가정·반드시·견줌·뜻함’들이 있다. 앞마디를 베풀고도 뒷마디에서 예측을 뒤집는 말이 나오게 하는 씨끝도 있었다. 이들은 제약이 비교적 뚜렷하다.
그런데 별스런 제약이 없이 앞뒷말을 이어주는 대표적인 씨끝에 “는데/(으)ㄴ데, (으)니/ (으)니까/ 었더니, 되/(으)ㄴ바, (으)ㄴ즉”을 꼽는다.(서정수 국어문법) 월을 둘로 나눴을 때는 뒷말 앞머리에 ‘그런데’를 둔다.
허웅(21세기 우리말 형태론)은 “은데/는데, 은바/는바, 은지/는지, 을지/을런(는)지, 으되/로되, 을새, 기를/길, (더)니만/더니마는, 을러니/나니/노니/노라니/느라니/으려니/으려니까/자니/자니까, 거니와/어니와/으려니와, 건대/건대는, 거니/어니, 을세라/라/이라, 거든/을작시면”들로 예스런 말까지 합쳐 좀더 포괄적으로 잡았다. 이들 중에는 같은꼴이 마땅함-뒤집음-풀이 사이를 넘나드는 것도 있다. 곧, ‘는데·으니·었더니·을새’ 등은 쓰임에 따라 마땅함·뒤집음 갈래에 들기도 한다.
‘는데/은데’는 설명 곧 풀이꼴의 대표적인 씨끝으로, 얘깃거리를 들추거나 상황을 던지는 구실을 한다.(화제·대상 제시-설명 짜임) ‘은데’는 그림씨·잡음씨와 어울리고 ‘는데’는 움직씨와 어울리는데, 씨끝 ‘은/는’에 매인이름씨 ‘데’가 녹아붙은 꼴이다. 여기에 도움토 ‘도’를 붙여 ‘은데도/는데도’가 되면 뒤집는 구실을 한다.
특히 ‘는데’는 ‘있다’와 합쳐 ‘-고 있는데’ 꼴로 자릿수를 늘려 진행을 강조하는 버릇이 있다. 이는 영어투 영향으로 보는데, 본동사에 붙어서도 나아감을 넉넉히 나타내므로 버릇 쓰기를 삼갈 일이다. 그림·사진들을 설명할 때도 그렇다.(가고 있는데→가는데, 먹고 있는데→먹는데, 하고 있는데→하는데 따위)
‘은바/는바’도 상황·환경을 도입·제시할 때 쓰는 말로서, 글말투 격식체가 발달되지 않은 우리말에서 좀더 활발하게 살려 씀직한 말이다. 이는 ‘더니’로 맞바꿔 쓸 수도 있다. 물론 ‘은(는) 바’처럼 ‘바’가 따로 쓰일 때는 씨끝으로 치지 않는다.(그는 왼쪽 허리수로 출격해 머리받기 선제골을 뽑은 바 있다.)
△그 책은 나도 읽어봤는데, 아주 재미있더군./집을 나서는데 그가 찾아왔다./ 귀한 건데 하나 가져가시오. △두루 아는바, 만주국이란 일본군부가 세운 가짜 나라요./시험은 내일부터 치르는바 모두 준비에 착오 없기 바라네. △어떻게나 슬프게 우는지 따라 울지 않는 이가 없더라./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지난날의 밥은 거칠되 달더니 이제 밥은 좋으나 달지 아니하다./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네. △밤길을 걸을새 달빛이 대낮 같이 밝았다. △그가 부탁하기를, 나더러 꼭 와달라는 것이었다./아무개가 말하기를, 내일이면 끝난다기에 믿었지요. △봄비 촉촉히 내리더니 개울물이 불었다./여론조사를 해 봤더니 지지율이 올랐읍디다? △물이 깊겠거니 들어가 보니 한 길도 안 되더군.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하늘이 그를 도움이요. △너희에게 이르노니 다시는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되느니라. △아내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까 머리가 착잡해졌다. △집에만 처박혀 있느라니 좀이 쑤셨다. △그 자리를 피해가자니 더욱 힘이 들었다. △곡조도 좋거니와 사설이 더욱 좋다. △거기 가면 친구도 만나려니와 구경도 좋을 걸. △통행금지에 걸릴세라 택시들이 질주한다. △내친 걸음이라 여기서 그만둘 수도 없다. △옛날에 한 사람이 살았거든, 그런데 그는 참 가난하면서도 착하게 살았단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2007/03/02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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