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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1500년 전 부여노래, 이두로 되살아났다

백제시가 `숙세가` 발견 배경·의미
1500년 전 부여 하늘에 울려퍼졌던 백제인들의 노래가 그들이 직접 쓴 글씨에 의해 되살아났다. 길이 12㎝의 나무조각 (목간·木簡)위에 쓰여진 16자의 흐릿한 글자들이 판독 결과 삼국시대인에 의해 당대에 쓰여진 현전 유일의 시가(詩歌)임이 밝혀졌다.

한국문학사를 새로 쓰게 만든 백제 시가 ‘숙세가(宿世歌)’는 땅 위로 드러난지 2년 여가 지나 제 위상을 찾게 됐다.

국립부여박물관이 백제시대의 대표적 유적인 부여 능산리 고분군 옆의 절터를 발굴한 것은 지난 2000년 11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1993년 백제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 95년 창왕명(昌王銘) 석조사리감(石造舍利龕)(국보 제288호)이 잇따라 출토됐던 바로 그곳에서 다시 목간(木簡) 23점과 나무 그릇, 나무 빗, 나무 젓가락 등이 발굴됐다. 목간에는 대부분 사찰 이름, 관직명, 인명, 행정구역명, 삼림과 전답 관리에 관련된 문구가 기록돼 있었는데 국어학자 김영욱(金永旭) 교수(서울시립대)가 그 중 하나에서 이두로 기록된 백제시가를 극적으로 찾아낸 것이다.

목간이 출토된 능사(陵寺)는 왕릉 8기가 모여 있는 능산리 고분군의 부속 사찰로,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은 백제의 지배층이었다. 능사에서 출토된 목간은 이들이 소지하던 것으로 이번에 발견된 백제시가는 당시의 지배층 누군가가 자신의 소원이나 다짐을 나무에 새겨 가지고 다녔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숙세가’의 내용과 성격에 대해서는 연구자들의 견해가 엇갈리지만 1300여 년전 백제 당시에 기록된 시가를 통해 백제인들의 정서와 미(美)의식, 내세관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한자의 음(音)과 훈(訓)을 빌어 우리말을 적는 이두는 고구려에서 시작돼 신라에 전승된 것으로 알려져 왔고 백제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부여 능산리에서 출토된 목간(木簡)에 기록된 백제 시가가 중국식·한국식 한문 어순(語順)을 섞어 쓴 초기 이두(吏讀)로 기록됐다고 보고 있다. ‘숙세결업(宿世結業)’과 ‘동생일처(同生一處)’는 중국식 어순이지만 ‘시비상문(是非相問)’은 한국식 어순이고 ‘상배백래(上拜白來)’의 ‘백래’는 신라 향가와 이두에서 사용되는 문구라는 것. 김 교수는 이같은 학설의 연장선에서, 지난 1971년 발견된 백제 무령왕릉(武寧王陵)에서 나온 왕과 왕비의 지석(誌石)에 새겨진 명문(銘文) 역시 전반부는 한문을 한국식 어순(語順)으로 기록한 ‘백제 이두’라고 지적, 학계에 숙제로 던졌다.

이제까지 무령왕릉 자료를 검토해 온 역사학계가 이두(吏讀)일 가능성에 착안하지 못했기 때문에 무리한 판독과 해석이 나왔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이같은 주장을 담은 논문 ‘백제 이두(吏讀)에 대하여’를 오는 24~25일 일본 도야마(富山)대학에서 개최되는 ‘한일(韓日) 한자·한문 수용에 관한 국제학술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2003/07/17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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