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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이진원 기자의 바른말 광]나이만 `뽀록`난 게 아닌데
일제 강점기의 흔적으로 남아 있던 일본말을 몰아내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 '쓰메끼리(손톱깎이)'나 '오봉(쟁반)'이라고 하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속사정은 그리 좋지 못하다. 요즘 들어 일본식 선술집이나 일본식 돈가스,꼬치구이 같은 일본풍에 젊은이들이 호감을 보이면서 일본말이 우리 생활에 다시 슬슬 스며들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로바다야끼'나 '이자까야'처럼 가게 이름 자체가 바로 일본말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음식 이름마저도 '규동(쇠고기덮밥),쇼유라멘(간장라면),굴 나베(냄비)'로 메뉴에 나온다. 이런 판국이니 아이들마저 이젠 일본말이 낯설지 않을 지경이다. 아이들에게 일본말 쓰지 말고 "이것 하고 저것 주세요" 하는 식으로 주문하라고 할 수도 없고….

하지만 알고 보니 그것만 급한 것도 아니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 두 가지.

"올해가 내가 영화 시작한 지 50년 된 해다. 5살부터 했으니까. 그래(봐)야 아직 나이 얼마 안 되지만…이래서 나이 뽀록 다 났다."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 행사에서 안성기가 한 말이다. 이 가운데 '뽀록'은 일본말 '보로(襤褸)'에서 왔다. 원래는 '넝마,누더기'인데 '허술한 점,결점'이란 뜻도 있다. 그러니 '뽀록나다'는 '드러나다,들통나다'로 써야 옳았다.

그보다 하루 전 KBS1 TV <6시 내고향>에서는 민속품에 관한 방송을 하던 중 리포터와 서울 스튜디오 진행자가 '우담보'라는 말을 여러 번 썼다. '우담보'라는 자막도 나왔다. 젊은 사람들에겐 낯설겠지만 이 물건은 뜨거운 물을 부어서 이불 속에 넣고 자던,쇠나 함석·자기 따위로 만든 보온기구다. '대형 손난로'라고나 할까. 하지만 '우담보'나 '유담뽀'는 일본말. 우리말로는 '자라통'이라면 된다. '탕파자,탕파(湯婆),각파(脚婆)'라는 이름도 있다.(어차피 익숙하지 않은 물건이니 이름 낯선 걸 탓할 건 없겠다.)

광복된 지 6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우리말 속에 이렇게 일본말 찌꺼기들이 기생하고 있다. 생명력이 놀랍다. 하지만 결국 없어져야 할 이런 말을 연명시키는 건 바로 우리가 아닌가. 자책과 반성 속에 아마 해법이 있을 것이다.

2006/10/24 부산일보
   
 
번호 예제 날짜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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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1 [북녘말] 이마귀 / 김태훈 2007/01/07 한겨레
1130 이진원 기자의 바른말 광]속음, 머릿수 싸움을 이기다 2007/01/02 부산일보
1129 [기자도 헷갈리는 우리말]설을 쇠다, 세다 2006/12/28 머니투데이
1128 [땅이름] 태백산과 아사달 / 허재영 2006/12/27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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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웬지(왠지) 모르게 눈물이 났다 2006/12/20 조선일보
1125 [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우리 사람 띵호아~` 2006/12/15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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