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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른 이 148815370 명
깁고 더함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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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찌`는 싫어요, `찹쌀떡`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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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수능 시험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해마다 이맘때면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은 가뜩이나 추운 날씨에 더욱 가슴을 졸이게 된다.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진학해야 할까. 또 안전하게 합격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지푸라기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오죽 하면 눈치작전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그런데도 학교는 한 주일 동안 어수선했다.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시험을 잘 볼 수 있도록 기원을 했다.(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이를 ‘수능 고득점 기원제’라고 한다. 그러나 학교에 따라서는 수능 대박제, 수능만점 기원제 등으로 하기도 한다.) 이 뿐이 아니다. 후배들도 선배들을 격려한다며 수능 선물을 들고 3학년 교실을 들락거렸다.
수험생들을 위한 각종 아이디어 상품이 쏟아지는데 올해도 가관이다. 수험생의 잠을 쫓아주는‘졸음방지용 경보기’는 내부에 센서가 장착돼 있어 머리가 15도 이상 꺾이면 알람 벨이 울리는데, 아주 실용적이었다.
어느 학생들은 시험 당일 챙겨 입는 속옷을 선물하기도 한다. 또한 몇 년 전부터 등장한 휴지(잘 풀라고), 도끼와 포크(잘 찍으라고)는 여전히 인기를 끌었고, 권투 글러브(건투를 빈다), 짚신(핵심을 짚으라) 등 특이한 제품도 수험생들에게 의미 있는 선물이었다.
그러나 올해도 가장 인기를 끈 것은 역시 엿과 찹쌀떡이었다. 엿과 찹쌀떡은 예부터 접착성이 강하다는 전통적인 의미도 있지만, 같이 나누어 먹을 수 있으니 받는 수험생이나 주는 후배들이 모두 즐거워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보고 있는 부모들이나 선생님들은 동그랗고 흰 찹쌀떡을 모찌(mochi[餠])라고 한다. 오랫동안 입에 배서 그런지 좀처럼 찹쌀떡이라는 표현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모찌떡’은 우리가 반드시 버려야 할 일제의 잔재이다.
일제 강점기가 지난 지 어언 60년이 지나고 있다. 이제 일제가 남긴 잔재는 없어질 만도 하다. 그런데 그 잔혹함 때문인지 아직도 우리의 어른들은 아픈 상처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어른들이 버리지 못한 유산 때문에, 요즘 어린아이들조차도 제과점에서 ‘앙꼬빵’과 ‘소보로빵’(이것도 ‘소보루’라고 하는데,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는다면 ‘소보로’가 바른 표기다.)을 찾는다.
'앙꼬'(anko)와 '소보로'(soboro)역시 일본어이다. ‘팥소’와 ‘곰보(빵)’이라고 해야 한다. 길거리에서 차량을 개조해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도 ‘오방떡(ooban[大判]-타원형의 판에 묽은 밀가루 반죽과 팥소를 넣어 만든 풀빵. 왕풀빵으로 순화.)’이라는 간판을 걸고 장사를 하는 데 이도 역시 일본어이다.
오는 16일이 대학수능시험이지만, 이미 고등학교에는 1학기 수시와 2학기 수시로 입시를 두 차례 치렀다. 그런데 그때 담임선생님들이 ‘대학에 원서를 접수했냐?’고 묻고, 아이들도 역시 ‘대학에 원서 접수를 했다’고 대답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접수(接受)하다’는 ‘제출하는 서류나 신청 따위를 받아들이다’라는 뜻이다. 원서를 접수하는 일은 해당 학교에서 대학 관계자가 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에 원서를 접수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색한 표현이다.
원서를 제출하는 쪽에서는 ‘접수하다’로 쓸 수 없다. 이때는 ‘-하게 하다’의 의미를 사용해 ‘접수시키다’라는 용언을 쓸 수 있다. 즉 ‘대학에 원서를 접수시켰다’가 적절한 표현이다. 반면에 대학은 원서를 받는 것이니, ‘대학에서 원서를 접수했다’라고 말할 수 있다.
큰 시험을 앞두고 있으니, 아이들은 정신이 없다. ‘입학 원서를 접수했는지?’ 아니면 ‘입학 원서를 접수시켰는지?’ 경황이 없다. 마찬가지로 수능을 앞에 두고 있는 수험생들은 수능 선물을 주면서 법석을 떠는 것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럴 때는 독특한 선물도 좋지만, 따뜻한 격려의 말이 힘이 된다. 그리고 수험생도 무턱대고 긴장의 낭떠러지에만 서 있을 것이 아니라,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즐겨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국의 수험생 여러분! 시험을 잘 치르는 방법은 자신감이다. 긴장하지 말고 평상시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시험 당일 어깨를 펴고 당당히 시험장에 들어서고, 의자의 끝에 엉덩이를 대고 바른 자세로 시험에 임하라.
수험생에게 권하고 싶은 것 하나 더. 시험이 끝나면 학생들은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나태한 생활을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자기 인생에서 지는 것이다. 이번 시험이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이라는 열린 생각을 해야 한다.
2006/11/07 국정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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