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른 이 154362503 명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우리말 바로 쓰기] 플랭카드일까, 프랑카드일까?

현수막의 바른 외래어는 '플래카드'

지난 주에 뜻하지 않게 말이 길어지는 바람에 제목의 반밖에 얘기하지 못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한창 열변을 토하시는 도중에 끝나는 종이 울린 격이었다. 학교 수업시간이라면 다음 날 혹은 그 다음 날쯤 속편이 이어졌겠지만, 이 꼭지는 일주일에 딱 한 번 글을 싣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중간에 어디 끼어들거나 할 도리가 없다.

그 바람에 벌써 일주일이나 지나서 지난 번에 내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어디서부터 얘기를 이어가야할지 한참 고민해야 했다. 이건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지금 내 책상 위에 지난 주 신문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거짓말은 하기도 어렵지만 정말 어려운 것은 하면 할수록 살기가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뭔 말인지 알지?

오늘 또 얘기가 길어지기 전에 얼른 ‘플랭카드’로 넘어 가자. 우리 나라 거리에는 이거 참 많다. 온통 이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누구 누구를 환영한다는 것에서부터 금메달 획득 축하, 삐리리 대학 23 명 합격, 나무를 심자, 쓰레기 투기 금지, 5월은 가정의 달 등등 참 많다. 뭐가 그렇게들 할 말이 많은 걸까?

좌우지간 하고 싶은 말 있을 때 요긴하게 써먹는 이 녀석의 이름은 ‘현수막’이다. 그렇지만 현수막보다는 외래어 낱말이 압도적으로 많이 쓰인다. 그런데 그게 좀 어지럽다. ‘플랭카드’도 있고 ‘플랑카드’도 있다. 귀를 기울이면 ‘푸랑카드’도 들린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대상은 하나인데 왜 이름이 두서너 개나 되는 것일까? 언어는 습관이라는 말이 있지만 어쩌면 이렇게 습관이 제멋대로일까?

자, 그럼 이제 그만 뜸들이고 정체를 밝힐 테니 놀라지 마시라. 우리를 어지럽게 한 이 녀석의 본디 이름은 ‘플래카드’이고, 발음도 글자 그대로 ‘플래카드’라고 한다. 어렵지 않은데 이게 왜 안 되는 걸까? 참고로 영어에서 온 낱말이니, 영어 철자를 밝힌다. placard. 영어 발음도 그렇고 한글로 쓸 때나 우리말로 발음할 때에도 ‘ㄴ’이나 ‘ㅇ’받침이 들어갈 이유는 전혀 없다.([]안은 발음)

정재환(방송인ㆍ한글문화연대 부대표)

2007/06/19 소년한국일보
   
 
번호 예제 날짜 출처
1219 춥지 않는 날씨에(X) → 춥지 않은 날씨에(O) 2007/12/26 조선일보
1218 동사에서 가지친 명사 2007/12/23 한겨레
1217 [정재환의 우리말 바로 쓰기] 이 밤의 끝을 잡고 2007/12/20 소년한국일보
1216 `맞어`와 `맞아` 중 어떤 게 맞을까 2007/12/20 국정브리핑
1215 의존할 것은 인력 자원 밖에 없다( X ) → 자원밖에( O ) 2007/12/20 조선일보
1214 [기고/박명식]`우리말 색 이름` 쉽고 예뻐요 2007/12/20 동아일보
1213 [국어생각] 애국가 노랫말 다시 보기 2007/12/19 주간한국
1212 명사는 관념, 동사는 감각의 세계 2007/12/16 한겨레
1211 [정재환의 우리말 바로 쓰기] [무르블] 다치면 마음도 아프다? 2007/12/13 소년한국일보
1210 [우리말 바로쓰기] 제시문 D에서는 ~이 나타나 있다( X ) → 제시문 D에는 ~이 나타나 있다( O ) 2007/12/12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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