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화의 시대를 그린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는데, 이 드라마에는 신을 모시는 신녀들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신당에서 제례를 지내는 신녀들을 상상해 보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목욕으로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고 의식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을 뜻하는 낱말을 ‘목욕재개’라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재계’라는 낱말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재계(齋戒)는 ‘종교적 의식 따위를 치르기 위해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부정(不淨)한 일을 멀리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부정(不淨)을 타지 않도록 깨끗이 목욕하고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을 표현하고자 할 때엔 ‘목욕재계’라 해야 한다.
‘재개’는 ‘어떤 활동이나 회의 따위를 한동안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함’이라는 의미의 ‘재개(再開)’와 ‘한 번 고친 것을 다시 고침’을 뜻하는 ‘재개(再改)’가 있다. ‘재개(再開)’는 “교역 재개” “국교 재개” “회담 재개”와 같이 쓰이며, ‘재개(再改)’는 “지난해에 고친 일부 규정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 규정은 지난번 총회 때에 고친 것인데 벌써 재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와 같이 사용되므로 ‘목욕재개’에서와 같이 ‘목욕’이라는 낱말과 함께 쓰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신화의 시대가 지나가 버린 요즘이지만, 아직까지도 중요한 일을 앞두고는 종종 “목욕재계하고 기다리다” “목욕재계하고 임하라”는 말을 쓰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