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나들이에서 했던 각별한 체험을 스크랩북으로 (사진 ). 무궁화와 버드나무. 우리 조상들은 이 둘을 짝을 지어 논가에 심었다. 논밭의 해충을 잡아먹는 무당벌레에게 이들 나무가 서식처와 먹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무당벌레는 유충일 땐 버드나무에 기생하며 그 잎을 먹고 자라지만 성충이 되려면 육식도 해야 한다. 이때쯤 무궁화에 왕성하게 번식하는 진딧물이 훌륭한 먹잇감이 됐던 셈. 이것이 바로 천적을 이용한 농사법이었다.
관계를 맺거나 둘이 서로 어울려 한 벌 또는 한 쌍을 이루는 것을 ‘짝을 짓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이를 활용할 때 사람마다 쓰임이 제각각이다.
“남녀 학생을 섞어 반을 편성하고 짝을 지워 앉힐 때 여학생들도 동성보다 남학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대 로마에선 2월 보름께 ‘루페르카리아’란 축제를 열어 처녀의 이름을 적은 쪽지를 상자에 넣고 총각들에게 뽑게 해 짝을 지워 줬다”처럼 흔히 ‘짝을 지워’로 사용하지만 ‘짝을 지어’라고 해야 맞다.
‘짝을 지워’라고 하려면 ‘짓다’에 ‘-우-’가 붙은 ‘지우다’란 말이 가능해야 하는데 이는 어법에 맞지 않는다.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ㅅ’이 탈락해 ‘지어, 지으니, 지으면, 지으려고’ 등으로 활용되는 ‘짓다’와 같은 ‘ㅅ불규칙용언’은 사동 접미사 ‘이, 히, 리, 기, 우’와는 결합해 쓰이지 않는다.
‘짓다’의 사동사로 ‘지우다’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짝을 지워’와 같은 형태는 사용할 수 없다. “동네 아낙네들이 나무 그늘 아래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얘기하는 모습이 한 폭의 풍속화 같다”처럼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