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 야마나카 히사시의 『내가 나인 것』은 6학년짜리 히라타 히데카즈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히데카즈의 엄마는 아이를 자기의 소유물로 여기는 사람이다. 이런 엄마 밑에서 공부도 못하고 늘 실수를 저질러 혼나기만 하는 히데카즈는 결국 집을 나간다. 소년은 이 일을 계기로 ‘내가 나라는 것’의 의미를 깨닫게 되고 귀가(歸家)를 결심한다.
히데카즈처럼 집을 나가는 것을 ‘가출’이라고 하지 ‘출가’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가출(家出)’과 ‘출가(出家)’는 앞말과 뒷말을 바꾸었을 뿐이지만 둘의 뜻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가출’은 ‘집을 나감’을 뜻하고, ‘출가’는 ‘집을 떠남’을 가리킨다. 두 단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뚜렷한 목적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다. ‘가출’은 특별한 목적이 없이 홧김에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출가’에는 확실한 목적이 있다.
‘출가’에 ‘집을 떠나감’이란 뜻이 있긴 하지만 ‘출가’는 단순히 이런 뜻보다는 종교적인 의미로 많이 쓰인다. 불교나 가톨릭에서 세속(世俗)의 인연을 버리고 수행(修行)을 하기 위해, 즉 수도자(修道者)가 되기 위해 집을 떠나는 것을 이른다.
‘가출’은 일시적 성격이 강하다. 귀가를 어느 정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출가’는 인생의 근원적인 문제 등으로 고뇌하다가 결단하는 것이므로 귀가가 배제된다고 할 수 있다. 집을 ‘나감’과 ‘떠남’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