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이승엽 선수는 올해 부상 때문에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그러나 리그 막판 주니치 드래건스와 벌인 중요한 경기에서는 그의 홈런이 작렬해 요미우리가 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비록 포스트 시즌에서 3연패하면서 팀이 일본시리즈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부상을 무릅쓴 그의 정신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작렬(炸裂)하다’는 ‘터질 炸’ ‘찢을(또는 터질) 裂’이라는 한자에서 짐작할 수 있듯 ‘포탄 따위가 터져서 쫙 퍼지다’는 뜻을 지닌 단어다. 야구의 홈런이나 축구 등의 골을 서술할 때 비유적으로 자주 사용된다. ‘작렬하다’는 ‘터지다’와 뜻이 비슷한데 ‘-이 터지다’가 옳고 ‘-을 터지다’가 성립하지 않는 것처럼 ‘-이 작렬하다’로 쓰고 ‘-을 작렬하다’ 형태로는 쓰지 않는다. 그러므로 “고영민이 투런 포를 쏘아 올리고 이대수까지 2타점 적시타를 작렬했으니 4번 타자 김동주가 쑥스러울 판이다” “프로농구 개막전에서 SK의 외국인 선수 트래비스 개리슨이 호쾌한 덩크를 작렬했다”처럼 쓰는 것은 옳지 않다. 이 경우는 ‘작렬하다’를 ‘작렬시키다’나 ‘터뜨리다’ 등으로 바꿔야 한다.
이 단어와 관련해 흔히 볼 수 있는 또 한 가지 실수는 “지상에서 쏘아대는 맹렬한 대공 포화가 적들에게 작열했다”처럼 ‘작렬하다’를 ‘작열(灼熱)하다’와 혼동하는 것이다. ‘작열하다’는 “초여름을 알리듯 태양이 뜨겁게 작열했다”에서 볼 수 있듯 ‘불 따위가 이글이글 뜨겁게 타오르다’는 뜻으로 쓰는 단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