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못된 남자에게 끌릴까? 번번이 이런 생각을 한다면 ‘미스터 다아시 콤플렉스’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에 나오는 마크 다아시란 인물에서 연유한 콤플렉스로, 고집 세고 차가우며 성격도 괴팍한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다아시처럼 붙임성 없이 까다롭고 별난 사람을 보고 ‘괴팍(乖愎)하다’고 한다. 그런데 ‘괴퍅하다’가 바른 말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다.
그 근거로 까다롭고 고집이 세다는 뜻의 ‘강퍅(剛愎)하다’,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지는 않지만 엉큼하면서 까다롭고 고집이 세다는 의미의 ‘암퍅(暗愎)하다’와 교만하고 독살스럽다는 뜻의 ‘오퍅(傲愎)하다’를 든다. 모두 같은 한자 ‘퍅(愎)’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너그럽지 못하고 까다로워 걸핏하면 화를 내는 성질을 가리키는 ‘퍅성(愎性)’이란 말 역시 ‘퍅’으로 적고 발음한다.
하지만 “뉴턴은 수업을 듣는 학생이 없어도 빈 교실에서 혼자 강의하는 등 괴퍅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졌다”와 같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 단모음 형태인 ‘괴팍한’이라고 해야 맞다. 원래는 ‘괴퍅하다’가 표준어였으나 많은 사람이 [팍]으로 발음하는 현실을 받아들여 1988년 맞춤법을 개정한 것이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사용 빈도가 낮은 ‘강퍅하다’ ‘암퍅하다’ ‘오퍅하다’는 본음인 ‘퍅’을 그대로 살려 쓰도록 했다는 데 있다. 같은 한자인데도 ‘팍’과 ‘퍅’으로 달리 표기하도록 해 오늘날의 혼란을 초래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