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숟가락은 ㄷ받침인데,젓가락은 왜 ㅅ받침이냐”고. 또 영화 ‘친구’는 깡패를 가리키는 은어 중 하나인 ‘깍두기’의 표기법을 혼란으로 몰고 있다.
한글학회 한 관계자는 “영화의 영향이 크다”고 새삼 고개를 가로저으면서도 “요즘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서 질문하는 문제”라며 친절히 가르쳐준다.
우선 숟가락과 젓가락은 모두 사이시옷과 관련이 있다. 숟가락은 ‘술(匙)+ㅅ(사이시옷)+가락=숤가락’이 됐다가 ‘숤’의 ㄹ이 탈락한 ‘숫가락’의 발음을 ‘술’의 ㄹ이 ㄷ으로 바뀌어 된 발음이라 여겨 표기한 것이 ‘숟가락’이라는 해설이다. 이와 같은 처리는 ‘이틀+날=이튿날’ ‘며칠+날=며칟날’ 등 에서도 보인다. 그리고 젓가락은 ‘저(箸)+ㅅ(사이시옷)+가락=젓가락’으로 나온 것이다.
‘깍두기’를 ‘깍뚜기’라고 적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물론 잘못이다. 깍두기는 ‘무를 모나게 썰어 만든 김치의 한가지’다. 이 말은 ‘깍둑+이’로 분석할 수 있다. ‘깍둑깍둑 썰다’라는 말이 있고,이렇게 만든 음식이름을 일컫기 위해 ‘깍둑’에 이름씨를 만들어 주는 ‘∼이’를 붙여 만든 말이 ‘깍둑이’다. 그런데 소리가 이어 나 ‘깍두기’가 된 것이다.
맞춤법 23항을 보면 ‘∼하다’ ‘∼거리다’가 붙을 수 없는 말에 ‘이’ 따위가 붙어 이름씨가 된 말은 그 원형을 밝혀 적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 개구리,귀뚜라미,동그라미,매미,뻐꾸기 등이 그러한 보기다.
이토록 명료한 근거가 있건만 자꾸 ‘깍뚜기’,심지어 ‘깎뚜기’라고 틀리게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친 된소리 발음문제다.
그러나 한글학회는 영원히 깍두기를 고집할 태세는 아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뿌리를 존중해 깍두기라고 적어야 되겠다”며 대세를 살피고 있다. ‘먹거리’라는 그릇된 용어가 ‘먹을거리’를 몰아내는 세태를 지켜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