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빼고 매일 밤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야한 생각은 금물. 바로 사극이다. TV를 켜면 시청률 1·2위를 다투는 ‘여인천하’(SBS)와 ‘태조 왕건’(KBS),‘명성황후’(KBS)가 이어져 시계를 거꾸로 돌린다.
사극이 인기를 모으면서 사극 대사도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회임을 감축드립니다’ ‘문후를 여쭈옵니다’ ‘뭬야’ ‘뭣이라’ ‘정녕 네 X이 단매에 죽으려고’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등이 한두마디씩 입에 오르내린다.
발 빠르게 세태를 반영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도 패러디,가히 ‘사극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MBC TV ‘코미디 하우스’의 ‘구중심처’에서는 명빈과 혜빈의 암투가 코믹하게 펼쳐진다.
이러한 사극 열풍이 언어습관을 바꾸는 의외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동안 ‘∼해라’체에 친숙해 있던 청소년들이 용어 선택에 신중해진 것이 눈에 띄는 변화다. 또 E메일이나 채팅에서 어법에 어긋나게 쓰였던 표현들이 사극의 영향으로 정중해지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통용되지 않던 ‘문후를 여쭈옵니다’ ‘감축드리옵니다’ 등의 표현들이 사극바람을 타고 유행처럼 번지면서 언어순화 효과를 얻는 것.
직장인 이승진양(21·서울 마포구 망원동)은 “친구이름 끝자를 따서 ○빈,무수리 ○○로 부르며 흉내내곤 하는데 반말을 할 때보다는 비어나 속어를 안쓰게 된다”고 말했다.
사극 신드롬은 영어강의에서도 감지된다. ‘엽기 강사’로 통하는 고제윤씨(www.Lacademy.co.kr·한방으로 끝내는 영어독해)는 사극의 유행어를 실제 강의에 응용하고,E메일로 주고받는 질의응답코너에서도 자주 사용해 관심을 모은다.
예를 들면 ‘I am sorry’는 ‘황감하옵니다’,‘What?’은 ‘뭬야?’,‘congratulation’은 ‘감축드립니다’ 등으로 번역하는 것.
그는 실제 강의에서도 ‘He is absent’를 ‘입궐하지 않았는데요’,‘come in’을 ‘안으로 드시지요’,‘Do you know?’를 ‘아시겠소이까?’로 해석하는 등 사극풍 해석을 통해 좀더 정중한 예법으로 표현,눈길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