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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밀물썰물] 남편 호칭

조선시대 아내가 남편을 부를 땐 '서방님'이라고 했다. 글을 읽는 곳이라는 뜻의 서방(書房)은 원래 고려 무신정권 시절 문신들을 회유하기 위해 만든 기관이었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선비를 서방님으로 높여 부르다 남편이나 결혼하지 않은 시동생에 대한 호칭으로 굳어졌다.

조선 후기 한글 문헌에는 '여보'라는 호칭도 나타난다. '여보시오'의 준말인 여보는 원래 상대방을 낮춰 부르는 말이다. 부부 사이에서 언제부터 사용됐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오늘날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부부 사이의 호칭이 됐다. 유래가 불분명하기로는 '당신'도 마찬가지다.

남편 이름 뒤에 '씨'를 붙이는 것은 개화기 이후 나타나는 풍속이다. 요즘도 가끔 볼 수 있는 '아빠'는 1960년대 말의 유물이다. 당시 유흥주점의 접대부들이 아버지뻘의 손님에게 부르던 것에서 비롯된 용어다.

물론 아이의 이름을 앞에 붙여 사용하는 '○○아빠'의 경우는 다르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아이를 중심으로 하는 호칭법이 발달했다. 아이 이름 뒤에 엄마 아버지 할아버지 삼촌 등 친족의 명칭을 붙여 사용한다. 그러니 '○○아빠'와 그냥 '아빠'는 큰 차이가 있다.

'자기'는 작고한 코미디언 이기동씨의 유행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0년을 전후해 청춘남녀가 연애시절 서로 '닭살스럽게' 부르던 애칭이 결혼 이후 남편에 대한 호칭으로 변했다. 최근에는 '오빠'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아빠'처럼 남편에 대한 호칭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부산시청에서 열린 '제2회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 예선전에서도 집안 오라버니는 물론, 선배나 애인, 심지어 남편까지 오빠로 부르는 한국의 세태에 놀랐다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남편을 '아빠' 또는 '오빠'로 부를 경우 외국인들은 근친혼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편하다고 아무렇게나 부를 수 없는 게 남편 호칭이다.

2007/05/25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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