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경기 파주시 교하읍 파평윤씨 종중산 묘역에서 발굴돼 화제를 모았던 파평윤씨 모자(母子) 미라와 부장품들이 일반에 공개된다. 고려대박물관(관장 최광식)은 7~22일 박물관 2층 전시실에서 `파평윤씨 모자 미라 및 출토유물전`을 연다. 국내에서 미라 전시가 열리기는 지난해 단국대박물관의 `아기 미라전` 이후 두번째이지만, 임신한 여인의 미라여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미라의 주인공은 조선 명종대 문정왕후의 오빠였던 윤원량의 손녀. 사망연도는 부장된 치마 끝에 `병인윤시월`이라는 한글먹글씨가 있는 것으로 보아 1566년 겨울로 추정됐다. 방사선 검사결과 미라 주인공의 사망시 나이는 20대 초반~중반으로 밝혀졌다.
미라 부검을 실시한 김한겸 고려대 의대교수는 “미라의 자궁에서 태아가 확인됐다”면서 “산모가 애를 분만하다 사망해 미라화된 것은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또 미라의 뱃속에서 선충류와 같은 회충과 규조류, 꽃가루 등을 찾아냈다며 16세기 사람들의 영양학적·의학적 측면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라와 함께 전시되는 유물은 복식 66점과 한글편지·고문서 3점, 미라 주인공이 사용했던 신발, 얼레빗, 참빗, 머리끈 등 모두 80여점. 이중 윤원량의 딸이자 인종의 계비였던 숙빈이 쓴 한글편지와 윤씨 가문의 남자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한글편지는 모두 1566년 이전에 작성된 것이어서 국어사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로 꼽히고 있다.
정광 고려대교수(국문학)는 “한글편지들은 연대가 분명하지 않지만 편지의 내용으로 보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순천김씨의 한글편지(1555년)보다 더 이른 시기에 작성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복식류로는 솜장옷, 누비저고리, 홑바지 등 미라 주인공이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여성 복식과 해오라기 흉배가 그려진 남성복 단령이 전시된다.
최광식 관장은 “하나의 묘지에서 나왔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유물이 출토됐다”며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미라 연구의 전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02)3290-1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