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른 이 154377573 명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키워드로푸는역사]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 그 속뜻은 …

　1443년(세종25년) 12월 세종은 세자(문종)와 집현전 학사들에게 훈민정음을 사용하는 데 불편함은 없는지 시험토록 하였다. 최만리 등이 나서 한자를 사용해도 의사를 표현하는 데 지장이 없고 더군다나 화이(華夷)질서에 위배된다며 한글 사용을 반대했다. 그럼에도 세종은 한글이 성리학적 음운론에 기초해 만들어 편리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갖은 반대를 물리쳤다.

　한글을 만든 원리는 1446년 9월 반포된 『훈민정음해례본』에 잘 나타나 있다. 발음기관을 본떠서 기본 자음을 만들고, 천지인(天地人) 삼재를 본떠 모음자를 만들었다. 여기에 획을 더한 가획과 초성·중성·종성을 결합한 합자를 통해 모두 28자의 한글 체계를 완성했다. 한글 창제가 놀랍고 신묘한 것임은 당시 한글 사용을 반대한 신하들도 인정하였으며, 오늘날 세계 언어학자들도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다.

　세종은 무슨 이유로 한글을 만들었을까? 『훈민정음해례본』의 서문에는 “불쌍한 백성들이 자기의 생각을 표현할 수단을 가지지 못한데서 오는 억울함과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라고 기록해 놓았다. 세종의 애민사상과 왕도정치의 산물인 셈이다.

　세종은 인정(仁政)에 근거한 왕도정치의 범위를 양반사대부에서 전 백성들에까지 확대하고자 했다. 이 때 현실적으로 부딪치게 되는 문제는 왕도정치의 바탕인 충효의 덕목을 어떻게 백성들에게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세종은 양반 자제들에게 충효를 교육하는 서책인 『삼강행실도』나 『소학』을 일반 백성들도 쉽게 익히는 방법으로서 배우기 쉽고 쓰기 편한 글자의 창제를 구상했다.

　이에 더해 세종은 조선 왕조를 세웠던 선조들의 뛰어난 자질과 피나는 노력 그리고 왕권이 안정되기까지 되풀이되었던 정쟁과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역사적인 교훈 등을 자세하게 정리하여 이를 양반사대부들 뿐 아니라 전 백성에게 알리고자 했다. 하지만 한자로서는 한계가 많았다. 요컨대 세종은 왕도정치의 폭을 일반 백성에게까지 확대하고 조선 초기의 국정 경험과 역사적 교훈을 공유하면서 궁극적으로 국민 통합을 이루기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했던 것이다.

김용곤(국사편찬위원회 교육연구관)

2007/09/28 중앙일보
   
 
번호 예제 날짜 출처
1254 [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주책인 사람`과 `주책없는 사람` ② 2007/12/21 한국경제
1253 [이진원 기자의 바른말 광] 때론 눈감아야 할 때도 있다 2007/12/18 부산일보
1252 [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주책인 사람`과 `주책없는 사람`① 2007/12/14 한국경제
1251 [이진원 기자의 바른말 광] 굵은 빗방울, 굵어진 빗방울 2007/12/11 부산일보
1250 [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언어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것들 2007/12/07 한국경제
1249 [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으라차차 기운 만땅 2007/11/30 한국경제
1248 [이진원 기자의 바른말 광] 머지않아, 멀지 않은 곳에서 2007/11/27 부산일보
1247 [홍성호 기자의 `말짱글짱`] 난이도가 있다② 2007/11/23 한국경제
1246 [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난이도가 있다① 2007/11/16 한국경제
1245 [북녘말] 갑작사랑 / 김태훈 2007/11/11 한겨레

   
   
 

 


이 누리집은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를 판매한 자금으로 부산대학교 정보컴퓨터공학부
인공지능연구실에서 깁고 더하고 있습니다.
우리말배움터(051-516-9268)에 고칠 곳이 있거나 건의할 것이 있으신 분은 연락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