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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른 이 148701871 명
깁고 더함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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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문산책> `희소병`은 있어도 `희귀병`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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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형석 편집위원 = 우리가 흔히 쓰는 '희귀병'이라는 말이 과연 제대로 만들어진 말인지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병을 앓는 이들을 별다른 생각 없이 '희귀병' 환자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이들에겐 이런 단어가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병이 드문 병이기는 해도 귀한 병이라고 결코 생각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희귀병' '희귀 질병' '희귀성 질병' 등은 조어(造語)에 문제가 있다. 이런 말들은 흔하지 않은 질병을 지칭할 때 쓰인다. 그런데 <<稀貴>>란 말을 분석하면 그런 취지에 맞지 않는다. 稀는 '드물다', 貴는 '귀하다'는 뜻이다 어떤 병이 드물다고 무조건 여기에 귀하다는 말을 붙일 수 없지 않는가? '稀+貴'는 문화재나 보물을 비롯해 적어서 귀한 사물을 지칭할 때만 써야 한다.
稀에다 貴만 붙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어상 稀+少를 만들면 稀少라는 말도 나온다. 물론 '稀代=稀世'라는 말도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니 <<희귀>>는 <<매우 드물어서 진귀하다>>로, <<희소>>는 <<매우 드물고 적다>>로 풀이가 나와 있다. 이 사전은 예문으로 <희귀한 병>을 썼다. 그렇다고 해도 질병의 경우 '희귀'보다는 드물고 적다는 뜻의 <<희소>>가 더 어울린다. 따라서 '희소병' '희소 질병' '희소성 질병'으로 써야 논리에 맞다고 본다.
그런데 인터넷 포털에 들어가 보면 '희귀병'이라는 말이 너무 많이 보인다. 드문 병을 무조건 '희귀병'으로 지칭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이트, 블로그, 책, 카페, 이미지, 동영상, 뉴스, 전문자료, 웹문서 등 여러 곳에 이 단어가 나와 있다. '희귀병'이라는 단어는 언중 사이에서 정말 폭넓게 쓰이는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단어는 대대적으로 추방 운동을 벌이지 않는 한 쉽게 없어지지 않을 표현이다.
#사례 1 = <<희귀병>>을 앓고 있는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꿈고 소망을 주기 위한 나눔 미라클 콘서트를 4월 7일에 막을 올립니다. 작은 정성을 모아 올리는 금번 행사에 많은 분들이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최고의 문화예술의 전문가들이 자선하여 펼쳐내는 환상적인 show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08 04/04 NAVER 발췌)
#사례 2 = -중략- 그러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즉 이름도 모르는 <<희귀병>>은 갑자기 찾아오는 병이라 당황하고 실의에 빠지게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한국가족건강연구소에서는 도서출판 드림21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희귀난치병>>의 종류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책을 발간하기로 했다. (2005 07/05 NAVER 발췌)
#사례 3 = 나경은 아나운서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아이들을 만나러 미국에 갔다. 아유미와 제나는 평생 키 80cm를 넘지 않는 <<희귀병>>인 원발성 왜소증을 갖고 태어났다. 18살 아유미는 키 81cm- 몸무게 8kg, 14살 제나는 키 68cm-몸무게 5kg이다. 체구가 작아 아이들은 아직도 아동복 코너에 들어가 옷을 구입했다. (2008 06/26 NAVER 발췌)
그런데 '희소병'이라는 표현도 나와 희망적이다. 포털에서 '희소병'을 검색하니 블로그, 카페, 책, 이미지, 동영상, 뉴스 등의 항목에서도 이런 단어가 나왔다. '희귀병'이 자리를 워낙 굳건히 잡은 상황에서 좀처럼 나오기 힘든 표현이 나왔다는 점에서 이같이 적확한 단어의 등장은 무척이나 다행으로 보인다.
#사례 4 = 다섯살 나이에 몸무게 5.4kg, 키 73cm인 케나디의 사연이 안방극장을 훈훈하게 했다. 13일 MBC 다큐멘터리 'MBC 스페셜'은 전 세계적으로 100여 명밖에 보고되지 않은 <<희소병>> 원발성 왜소증을 가지고 태어난 캐나다의 '인형소녀' 케나디 이야기를 소개했다. (2008 06/14 NAVER 발췌)
이에 관한 설명은 더 자세한 부산일보 이진원 기자가 쓴 책 <<우리말에 대한 예의>>에 나와 있다. 그 내용의 일부를 옮겨 본다. <<'희귀한 질병'이라면 '질병이 진귀하다'는 말이 되는데, 진귀하다면 '보배롭고 귀하다'는 뜻이니 이런 질병을 앓고 있는 당사자나 가족, 특히 부모로서는 분통이 터질 말이 아닌가. '아주 적다'는 뜻, '매우 드물다'는 뜻이라면 '희소병'이나 '드문 병' 정도로 충분했을 텐데…>>
2008/07/0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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