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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어문산책> 반증(反證)과 방증(傍證)의 차이

기사를 쓰는 이의 상당수가 '반증'과 '방증'을 구별하지 못한다. 오용(誤用)은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 두 단어는 발음과 의미가 비슷하기 때문에 '방증'이 쓰일 자리에 거의 모두 '반증'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두 단어는 의미가 달라 구별해 써야 한다. '反證'은 <<사실과 반대되는 증거>>이고, '傍證'은 <<직접 증명하는 증거는 아니지만 주변 상황 등을 밝힘으로써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증거>>란 뜻이다. 傍은 '곁'이라는 의미다.

두 단어는 법률 용어로도 다르다. '반증'은 <<민사소송법상 상대방이 신청한 사실이나 또는 본증(本證)을 반박하기 위한 증거, 형사소송법상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재료>>를 말한다. '방증'은 <<범죄를 직접 증명하는 증거는 아니지만, 그 주변의 상황을 명백하게 하고 이것을 굳힘으로써 간접적으로 범죄의 증명에 도움이 되는 증거>>를 말한다. 법률 용어로 본 두 단어는 일반적인 의미와 거의 비슷하다.

예문을 들면 더 명확한 개념을 잡는다. 이는 7월 21일 NAVER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중략- 티베트 독립 시위와 쓰촨 지진에 크게 놀란 중국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지 안전하고 원만한 올림픽을 개최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는 듯하다. 최근 발표된 '올림픽 경기장 관람 규칙'의 '디자인의 단체 티를 입을 경우 경기장 입장을 불허하겠다'는 등의 지나치게 과도한 규제도 이를 반증한다.>>

위 기사를 보면 중국 정부는 원만한 올림픽 개최에 무척 중압감을 느낀다. 그래서 '디자인의 단체 티를 입을 경우 입장을 불허한다'는 과도한 규제를 내놓았다. 그런데 이런 과도한 규제는 중압감에 시달리는 중국 정부를 보여주는 반대 증거인 반증이 아니고 오히려 그런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인 방증이다. 이처럼 다른 기사도 이 기사처럼 '방증'을 써야 할 곳에 '반증'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경우 '反證'은 '傍證' '立證' '證據'로 써야 한다. 상당수 기사 작성자가 '반증'이라는 말을 '반영하여 증거함'이라는 뜻으로 보기 때문에 '방증'을 써야 할 곳에 '반증'을 사용한다. 그러나 '반증'은 '반대 증거'이지 '반영하여 증거함'이 아니다. 기사 작성자는 '방증'을 써야하는 곳에 '반증'을 쓰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확한 기사가 나오지 않는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도 마찬가지다. '傍證'은 <<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되지는 않지만, 주변의 상황을 밝힘으로써 간접적으로 증명에 도움을 주는 증거>>로 설명했다. 반면 '反證'은 <<어떤 사실이나 주장이 옳지 아니함을 그에 반대되는 근거를 들어 증명함. 또는 그런 증거>>로 풀이했다. 예문으로 <우리에겐 그 사실을 뒤집을 만한 반증이 없다>를 들었다.

그러나 이 사전은 '반증'을 '방증'으로 쓸 수도 있다는 설명을 붙여 수많은 기자가 '방증'을 '반증'으로 쓸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설명은 <<주로 '-는/-다는 반증이다 구성으로 쓰여 어떤 사실과 모순되는 것같지만, 오히려 그것을 증명한다고 볼 수가 있는 사실>>로 나와 있다. 예문으로 <암호까지 하달했다는 것은 당성을 의심하기는커녕 당성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가 하는 좋은 반증이었던 것이다>를 들었다. 반면 글쓰기에 관한 서적은 모두 이 용법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사례 1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1일 "오늘 아침 어디 일간지에 보니까 17세 신참 여군이 규정대로 했기 때문에 그런 사고가 생겼다고 아마 중국쪽을 통해 흘렸는지 이른바 경위설명이 시작된 것 같다"면서 "북한이 관광객 피격사건을 빨리 풀고 남북관계를 복원해야 하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방증)>>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8 07/21 NAVER 발췌)

#사례 2 = -중략- 강 장관 교체를 주장하는 학자들의 목소리는 최근 더욱 높아지고 , 횟수도 잦아지고 있다. -중략- 특정 장관의 교체를 내세워 학자들이 집단으로 들고 일어선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현상. 대통령과 장관, 이들을 보필하는 관료들의 상황인식과는 별개로 학자들사이에서는 현 경제상황과 이를 불러온 경제정책 라인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반증(→방증)>>이다. (2008 07/21 NAVER 발췌)

#사례 3 = KDI 한진희 선임연구위원과 신석하 연구위원은 "성장 회계 분석 결과, 경제 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는 주로 요소 투입 둔화, 그 중에서도 노동자 1인당 자본 축적 둔화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략- "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의 상대적 순위는 세계 83개국 중 90년대 20위에서 2001~2004년 14위로 소폭 상승했다"며 "이는 경제 위기 이후 개혁조치가 부분적으로나마 성과를 거뒀다는 <<반증(→방증)>>"이라고 말했다. (2008 07/21 NAVER 발췌)

위 사례에서는 반증의 용법이 모두 적절하지 못하다. 사례 1에서 북한은 남북 관계를 복원하고 싶어 여군에 관한 정보를 흘렸다. 이는 복원하고 싶은 반대 증거가 결코 아니다. 사례 2에서도 강 장관의 교체를 요구하는 학자들의 목소리는 경제 정책 라인에 대한 불신이 커진다는 반대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불신의 증대를 돕는 증거다. 사례 3도 마찬가지다. 소폭 상승은 개혁 조치가 성과를 거둔 반대 증거가 아니다. 세 사례는 '방증'을 써야할 곳에 모두 '반증'을 쓰고 말았다.

2008/07/22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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