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른 이 154485127 명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이진원 기자의 바른말 광] 함부로 자르면
우리나라 신문 방송과 인터넷 언론들은 제목을 보통 이렇게 뽑는다.

<한나라당, 유홍준 문화재청장 뇌물죄 검토>

<삼성특검, 이학수 부회장 소환조사>

그러면 독자들은 한나라당이 유홍준 문화재청장에 대해 뇌물죄 적용을 검토'한다'거나 삼성특검이 이학수 부회장을 소환조사'했다'고 알게 된다. 이렇게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리가 보통 생략하는 말이 '하다(한다, 했다)'라는 걸 설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람들은 종종 생략을 잘못하는 바람에 이렇게 엉뚱한 뜻으로 쓰곤 했다.

<높은 경쟁률에 공천 신청자들 안절부절>

<화재 지켜보는 시민들 안절부절>

하지만 이는 잘못이었다. 줄이기 전 기본형이 '안절부절하다'가 아니라 '안절부절못하다'이기 때문. 우리말에 '안절부절하다'는 없다. 그러니 '안절부절'이 아니라 '안절부절못해'로 줄여야 옳았다.

한데 워낙 많은 이들이 '안절부절'이라고 쓰니 '규정'인들 견뎌 낼 재간이 없었을 터. 사전조차 '안절부절'을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 할 바를 모르는 모양'이라는 부사로 인정하고 말았다. 국립국어원도 역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이를 인정해 새로운 부사가 정착했다.

그런데 여전히 '안절부절하다'는 틀린 말로 남겨 놓았다. 그래서 우리는 '안절부절'은 맞고 '안절부절하다'는 틀린 이상한 언어구조를 가지게 됐다. 국립국어원만 탓할 일이 아니다. 함부로 말을 줄이다 우리가 자초한 면도 어느 정도 있으므로….

어쨌거나 '안절부절'은 이렇게 표준어로 인정 받았다. 하지만 다른 말은, 제목에서라도, 함부로 끝을 잘라서는 안 된다. <부모 원수 이제는 용서>는 괜찮지만 <부모 원수 죽어도 용서>가 어색한 건 그 때문이다. 왜 안 되는지를 한눈에 더 잘 보여 주는 예로는 어느 인터넷 언론에 실려 있던 광고문구가 맞춤하다.

<양파즙으로 복부비만과 다이어트 고민을>

분위기로 봐선 아마 '해결하자'나 '끝내자', 혹은 '떨쳐 버리자'를 생략한 것일 게다. 하지만 생략의 대가는 크다. 광고문구인즉, <양파즙으로 복부비만과 다이어트 고민을 하자>가 돼 버렸으니 말이다.

2008/02/26 부산일보
   
 
번호 예제 날짜 출처
1982 [우리말 여행] 무지르다 2009/12/07 서울신문
1981 [우리말 여행] 퇴짜를 맞다 2009/12/05 서울신문
1980 [우리말 여행] 혼인에 트레바리 2009/12/04 서울신문
1978 [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탁상공론과 난상공론… 두 공론의 차이 2009/12/04 한국경제
1977 [우리말 여행] 트레바리 2009/12/03 서울신문
1976 [우리말 여행] 해후 2009/12/02 서울신문
1975 [바른말 광] 외곬으로 학문하는 외골수 학자 2009/12/01 부산일보
1974 [우리말 여행] 나비잠 2009/12/01 서울신문
1973 [우리말 여행] 몽니 2009/11/30 서울신문
1972 [우리말 여행] 텁석나룻 2009/11/28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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