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우리 겨레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우선 만든 원리가 과학적이며, 글자 구성이 체계적인 점이 자랑스럽다. 또한 창제한 때와 창제한 사람이 분명하게 알려진 세계 하나뿐인 글자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유네스코는 1997년에 훈민정음을 세계 기록문화 유산으로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글이 자랑스러운 것은 배우기 쉽고 사용하기에 편리하다는 점이다. 한글을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문맹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 준다. 우리가 한글을 높이 받들고 더욱 발전시켜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 있다.
훈민정음은 세종 25년 음력 12월에 창제되어, 몇 해 지난 세종 28년(1446년) 음력 9월 상순에 반포되었다. 그래서 남쪽에서는 공식적으로, 훈민정음을 반포한 날을 기려 양력 10월9일을 한글날로 삼아 기념한다. 그러나 북쪽은 우리와 좀 다르다. 북쪽은 훈민정음을 창제한 날인 세종 25년 12월을 양력으로 바꾼 1월15일을 ‘훈민정음 창제일’로 정해 기념한다. 바로 며칠 뒤인 15일이 북쪽에서 한글 창제를 기념하는 날이다.
북쪽은 해마다는 아니지만 훈민정음 창제일에 훈민정음의 우수성, 민족어의 발전 방향 등을 주제로 평양시 기념보고회를 베푼다. 북쪽은 훈민정음 창제에 대해 “우리 민족의 글자생활 발전에서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되었으며, 민족어의 규범을 세우고 그에 의하여 언어생활의 통일성을 보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게 됐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북쪽이 훈민정음 창제를 경축하는 정도는 남쪽의 한글날보다 덜한 편인 것 같다. 오히려 평양말을 기준으로 한 북쪽 표준어인 ‘문화어’의 우수성을 자랑하는 계기로 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