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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은 정말 어려워
나는 아빠.엄마에게 존댓말을 잘 쓰지 않는다. 엄마.아빠가 억지로 쓰라고 하실 때만 조금 쓰다가 말아 버린다.
그런데 요즘 엄마는 자꾸 존댓말을 쓰라고 하신다. 그러나 존댓말을 안 써서 엄마가 째려보셔도 끝에다 `요`자 하나만 붙이면 된다.
"엄마, 학교에서 친구가 이거 줬다-요"처럼.
정작 엄마도 존댓말 쓰기를 잊어버리곤 한다.
그러자 엄마가 나에게 `존댓말`이라는 글씨를 냉장고.책상에 붙여놓게 종이에 써서 가지고 나오라고 하셨다. 그러면 엄마나 나도 그걸 보면서 잊어버리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런데 연필을 들고 보니 존댓말이 존대말 인지 존댓말 인지 존데말 인지 잘 모르겠는 거였다. 우리 엄마는 국어 선생님이라 분명히 "3학년이나 된 것이 그것도 모르냐□"하실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잘 생각해 봐야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두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모두 틀린 것 같기도 해서 참 괴로웠다. 그래서 하얀 종이를 넷으로 나누어 한 칸에는 존대말 ,한 칸에는 존댓말 , 또 한 칸에는 존데말 , 나머지 한 칸에는 초대말 이라고 썼다.
그것을 엄마께 보여드리고 "엄마, 자 골라 보세요. 어느 게 맞을까-요□"
엄마는 당연히 존대말 이라고 하시면서, 내가 모르니까 퀴즈 내는 척 하면서 알려고 한다고 얍새비(얍삽하게 군다-초등학생 용어)쓴다고 하셨다. 초대말 에서 들켜버린 것 같다.
그런데 엄마가 "아, 아닌가? 존댓말인가?"하면서 헷갈려 하시는 거다.
아니 세상에. 아마 엄마도 어렸을 때 받아쓰기를 잘못하셨나 보다.
엄마는 책을 찾아보고 존댓말 이라고 하시면서 여러 가지 법칙을 말해 주셨지만 난 별로 상관없다. 국어 선생님인 엄마도 책보고 아는 것을 3학년인 내가 모르는 건 당연한 일.
엄마는 당황해서 얼굴이 벌겋게 되셨다.
김지희.서울 용화여고 교사
2001/10/1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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