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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지나친 피동표현

우리가 잘못 쓰는 말 가운데는 입음(피동) 표현을 쓸데없이 겹쳐 쓰는 것이 있다.

예컨대 “젊은이들에게는 진취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행동이 요구되어진다”에서 ‘요구되어진다’가 아닌 ‘요구된다’가 올바른 표현이다. ‘요구하다’의 입음꼴은 ‘요구되다’인데, 여기에 다시 ‘-어지다’라는 꼴을 겹쳐 쓴 ‘요구되어지다’는 잘못이다.

실제로 이런 보기는 많다. ‘쓰다’의 입음꼴은 ‘쓰이다’인데, 여기에 ‘-어지다’를 겹쳐쓴 ‘쓰여진’은 잘못이며(다음에서 잘못 쓰여진 [→쓰인] 말을 고르시오), ‘닫다’의 피동 표현은 ‘닫히다’인데, 여기에 ‘-어지다’를 겹쳐 쓴 ‘닫혀진’도 잘못이다.(굳게 닫혀진 [→닫힌] 창문) 하임(능동) 표현이 행동 주체를 부각하기 위해 이를 주어로 표현하는 방식이라면, 입음 표현은 피행동주를 부각하기 위해 이를 주어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아기를 물었다”는 행동 주체를 부각하기 위해 ‘호랑이’를 주어로 삼은 능동문이고, “동물원에서 아기가 호랑이에게 물렸다”는 피행동주를 부각하기 위해 ‘아기’를 주어로 삼은 피동문이다. 그래서 피동문은 다양한 표현을 위해 필요한 문법 방식이기도 하다. 옛말에도 현대말 못지 않게 피동문이 많이 쓰였음은 이를 말해 준다.

그런데 가끔 우리 주위에서 피동 표현은 외국어 흉내라고 하면서 쓰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을 본다. 이는 하지 않아도 될 데에 피동 표현을 지나치게 남발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의 대화에는 행동 주체를 부각하여 말할 상황도 있고, 때로는 피행동주를 부각하여 말할 상황도 있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적합한 표현을 하면 된다. 아울러 입음 표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위에서처럼 이를 겹쳐 쓰거나 아무데나 함부로 쓰는 버릇이다.

권재일 /서울대 교수·언어학

2004/01/26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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