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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른 이 154424852 명
깁고 더함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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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처남이 `형님`, 아저씨가 `삼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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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한글학회 100년 김승곤회장 기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되면 말이 아주 아름다워진다는데, 오늘날 우리 말과 글은 이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원인은 조선 500년 동안 한자만을 써 오다가 일제 강점기를 겪으면서 일본말이 우리말에 많이 파고든 데다가, 텔레비전 등에서 말을 너무 잘못 쓰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연속극에서 아내가 자기 남편을 부를 때 “자기야” 하고 부르니까 이 말이 일반화돼 젊은 여성 사이에서 예사로 쓰이고 있다. 본래 ‘자기’는 두루 가리킴의 인칭대명사로서 다음과 같이 쓰는 것이 올바른 말법이다. “누구든지 먼저 자기를 알라.” “그는 자기 생각만 한다.”
이렇듯이 우리 일상생활에서 잘못 쓰이고 있는 말들은 무척 많다. “감사 드립니다” “축하 드립니다”라고 하는가 하면, 어떤 국무총리는 “감탄을 드립니다”라고까지 했다. ‘감사’ ‘축하’ 따위는 본래 일본식 한자말로서 “감사합니다” “축하합니다”로 써야 바른 말이다.
더구나 웃지 못할 일은 어떤 텔레비전 극작가가 연속극을 통해, 남매간이 아닌 남자에게 ‘오빠’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이것을 본 젊은 여성들이 자기 남편을 보고 “오빠”라고 하는가 하면, 연애를 하면서 자기 상대 남자에게도 “오빠”라고 부르고, 자기보다 나이 많은 남자만 보면 무조건 “오빠”라 부르게 되었다. 이것은 아주 잘못된 호칭이다.
일본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남성을 보고 “니이짱”이라고 말을 하는 것이 버릇으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은 일본의 호칭법을 어떤 작가가 인기를 얻기 위해 무모하게 가져다 써 오늘날 우리말을 어지럽게 했다. 더구나 요즘 덮어놓고 ‘겠’을 많이 쓰고 있는데, 이 또한 텔레비전의 방송 진행자들에게서 비롯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일반인들은 물론 국어학자들까지도 예사로 쓰게 되었다. “바라겠습니다” “감사하겠습니다” 등과 같은 말이 그렇다. 앞의 말은 “바랍니다”로 써야 하고, 뒤의 말은 “감사합니다”로 써야 옳다. 마찬가지로 “축하하겠습니다”는 “축하합니다”로 써야 바른 말이 된다.
한동안 바른 말과 고운 말을 쓰자며 국어 운동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 영향인지는 몰라도 자기 아버지, 어머니에게 ‘님’을 붙여서 “아버님, 어머님” 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이것은 잘못이다. 며느리가 시어머니, 시아버지를 보고 “어머님, 아버님” 하고 말하는 건 며느리와 시부모 사이에는 혈연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사위가 “장모님, 장인어른” 하고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심지어 요즘 일부 젊은이들은 장인, 장모에게 “아버지, 어머니”라고 부르는가 하면, 처남을 “형님” 하고 부르는데 이런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한숨만 나올 뿐이다.
특히 처제에게 ‘해라’ 체를 쓰는 것은 우리의 예법을 너무도 모르는 데서 오는 잘못이다. “처제 어데 가시오”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오늘날 우리말 예법이 문란하기 그지없는 건 말대접법(대우법)을 모르고 함부로 쓰기 때문이다. 우리말의 말대접법(대우법)에는 ‘아주높임법(저·-습니다), 삼가말(나·-습니다), 성근말(-요), 예사높임말(-오), 예사낮춤말(-게), 반말(-아), 아주낮춤말(-라)’의 등급이 있다. ‘아주높임말’은 부모, 조부모, 스승, 상관에게 쓰는 말이요, ‘삼가말’은 처질부, 처질녀, 고종사촌의 며느리, 외사촌의 며느리, 처제 등에게 삼가 조심하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 고종사촌의 30살 된 며느리가 “서울 아주버님 오셨습니까” 하고 인사하면, 그 답은 “나는 아우를 보러 왔습니다”와 같이 쓰는 말법이다.
서울 지방에서는 어른들이 어린아이를 보고 “잘 놀아요” 하고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말씨를 두고 ‘성근말’이라 한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젊은이, 서울역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나요” 하는 등이다. 어른은 젊은이에게 성근말을 쓸 수 있으나 젊은이는 어른에게 절대 써서는 안 된다. 어린아이들이 자기 아버지, 어머니에게 예사로 성근말을 쓰는데, 이는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학생이 선생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굳이 따지자면 성근말은 예사높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예사높임말’은 아우가 형에게, 후배가 선배에게 하는 말대접법이다. “형님, 제가 이 일을 하겠소” 식으로 하는 말법이다. ‘예사낮춤말’은 남자 형이 아우에게, 시누이가 동생댁에게, 백남(종남)댁이 시누이에게, 손위 동서가 손아래 동서에게, 장모가 사위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교수가 제자에게 대해 하는 말법이다. 예를 들면, 선배가 후배에게 “자네는 어디 가는가” 하는 식이다.
‘반말’은 남편이 아내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집안의 나이 적은 손위 사람이 나이는 많으나 항렬이 아래인 사람에게, 친구 사이에 주고받는 말법이다. 이 반말은 높이는 말도 아니고 낮추는 말도 아니다. 따라서 말대접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예사낮춤과 아주낮춤 사이에 자리잡게 된다. ‘아주낮춤말’은 집안의 손위 어른들이 아들, 딸, 조카, 손자에게 하거나 나이 많은 어른이 젊은이에게, 선생이 학생에게 하는 말법이다.
그런데 이런 말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 요즘 흔히 “당부 드린다”는 말을 함부로 하는데, 이 말은 어른이 손아래 사람에게 어떤 일을 부탁할 때 하는 말이다. 국가 공무원들이 국민에게 이런 말을 쓰고 있으니, 그것은 실례가 되는 일이다. “부탁 말씀을 드립니다”고 말해야 옳다.
방송이나 신문에서 사람의 주검을 ‘사체’라고 하는데 이는 일본식 표현일 뿐 올바른 우리말이 아니다. 사람의 주검은 어디까지나 시체이지 사체는 아니다. 우리말에서 사체는 죽은 짐승의 몸뚱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사랑이란 두 글자는”이란 노랫말이 있다. 그러나 ‘사랑’의 글자가 몇인가 하면 ‘ㅅ+ㅏ, ㄹ+ㅏ+ㅇ’ 모두 다섯개다. 이것을 음절문자인 한자를 기준으로 흔히 말하는 데서 오는 잘못이다. 굳이 말하려면 “사랑이란 두 마디는”으로 하든지, “사랑이란 두 음절은”으로 해야 옳다.
이제부터는 우리 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우리 글은 분명 한글 24자이다. 이 24자 중에서 된소리 글자 ㄲ, ㄸ, ㅃ, ㅆ, ㅉ은 ㄱ, ㄷ, ㅂ, ㅅ, ㅈ을 거듭해 쓴 글자이니 별도의 글자로 보기 어렵다. 그런데 한자를 쓰자고 주장하는 이들은 한자를 조상 대대로 써 왔으므로 한자도 우리 글자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왜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었을까 생각해 보아야 한다. 훈민정음 머리말에 “나라 말씀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는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로 되어 있어, 분명히 한글과 한자는 다른 글자요, 따라서 한자는 우리 글자가 아니라고 했다. 일본이 가나와 한자를 섞어 쓰니 우리도 한자를 섞어 써야 한다고 하나, 일본의 가나는 한자의 한 부분을 따서 만들었기 때문에 음절문자이다. 그러나 한글은 음소문자이다. 그런데 왜 저 지긋지긋한 일본을 본받으려 하는지 알 수 없다.
임진왜란, 명성왕후 시해 사건, 35년 동안의 일제강점기 때문에 우리의 문화, 사상, 전통이 얼마나 흐트러졌는지 알고나 하는 말인가. 우리는 정신을 바로 가져야 한다. 그러면 오늘날 우리의 말·글이 왜 이런 상태가 되었는가를 살펴보고, 앞으로 우리가 우리 말·글을 어떻게 가꾸어 나가야 하겠는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우리의 전통 예법을 너무 모르고 있다. 예법을 제대로 알아야 존댓말을 올바로 쓸 수 있다. 더구나 호칭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이것은 우리 자신이 우리말을 너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호칭법에는 부르는말, 관계말, 촌수말의 세 가지가 있다. 부르는말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큰어머니, 작은어머니, 아저씨, 아주머니, 아우, 조카, 누나, 언니 등이 있고, 관계말에는 조부, 조모, 형제, 백부, 숙부, 백모, 숙모, 자매, 고모, 고모부, 외숙부, 외숙모, 외종, 내종 등 주로 한자말이 이에 속한다. 이런 말은 관계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촌수말은 삼촌, 사촌, 오촌, 육촌, 팔촌 등이다. 이 촌수말로 부르면 실례가 된다. 그런데 예사로 자기 아저씨를 ‘삼촌’이라고 부른다든지, 외아저씨를 ‘외삼촌’이라 부르는데 모두 잘못된 용법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우리 문법을 잘 알아야 한다. 문법을 모르기 때문에 실례되는 말, 불필요한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드셔 보셔요”는 “들어 보셔요” 하면 된다. 왜냐하면 음식을 먹을 때의 ‘들다’는 ‘먹다’에 대한 높임말이기 때문에 높임말에 또 ‘시’를 붙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시’는 붙여야 할 말에 붙여 써야지, 아무데나 붙이면 존대가 된다고 생각하면 오해이다. 텔레비전을 보다 보면 가끔 부인들이 자기 남편을 높여서 말한답시고 “그이께서는 진지를 안 잡수시고 출근하신다”는 둥 참으로 불필요하게 존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아기 아빠는 식사를 안 하고 출근하신다” 정도로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지나친 존대는 오히려 실례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음으로는 교양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교양이 있는 집안에서는 자녀들에게나 부부 사이에 항상 법도에 어긋나는 말을 하지 아니하며, 행동도 교양 있게 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욕설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무작한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말은 우리 마음의 반영이다. 말이 거칠면 행동이 거칠고, 행동이 거칠면 가정이나 사회에 질서가 없어져 그 나라는 참으로 살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일찍이 주시경 선생은 ‘한나라말’에서 “말은 나라를 이루는 것인데,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리나니라. 이러하므로 나라마다 그 말을 힘쓰지 아니할 수 없는 바니라. 글은 말을 담는 그릇이니 이지러짐이 없고 자리를 반듯하게 잡아 굳게 선 뒤에야 그 말을 잘 지키나니라. 글은 또한 말을 닦는 기계니 기계를 먼저 닦은 뒤에야 말이 잘 닦아지나니라. 그 말과 글을 다스리지 아니하고 묵히면 덧거칠어지어 나라도 점점 내리어 가나니라. 말이 거칠면 그 말을 적는 글도 거칠어지고 글이 거칠면 그 글로 쓰는 말도 거칠어지나니라. 말과 글이 거칠면 그 나라 사람의 뜻과 일이 다 거칠어지고 말과 글이 다스려지면 그 나라 사람의 뜻과 일도 다스려지나니라. 이러하므로 나라를 나아가게 하고자 하면 나라 사람을 열어야 되고 나라 사람을 열고자 하면 먼저 그 말과 글을 다스린 뒤에야 되나니라”라고 했다. 그래서 선생은 먼저 우리 문법을 연구했던 것이다.
우리가 교양 있는 민족이 되려면 우리 문법과 전통 예절을 잘 알아서 말을 올바르게 써야 한다. 일상생활에서는 될 수 있는 대로 일본말이나 그밖의 외국말 사용을 삼가고 그 대신에 우리 토박이말을 많이 써야 한다. 그래야 문화가 발전하고 나라가 번영하며, 우리 자신도 일등 국민이 될 것이다.
2008/07/03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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